전사, 왕위 찬탈자, 미치광이였던 역사속 '무서운 공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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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영국왕 에드워드 2세의 신부는 프랑스의 공주인 이사벨라. 1308년 결혼을 위해 바다를 건넌 그녀를 기다린 건 동성의 애인과 사랑에 빠진 왕이었다. 이사벨라는 수모를 참으며 오랫동안 인고의 세월을 버틴다.

하지만 또 다른 왕의 동성 애인이 출연해, 왕의 총애를 등에 업고 이사벨라 공주와 아들의 재산까지 손을 뻗친다. 이에 격분한 이사벨라는 때마침 영국과 프랑스 간에 불거진 분쟁을 해결한다고 프랑스로 건너가 버린다.

왕자인 아들까지 프랑스로 불러들인 그녀는 어린 아들을 프랑스 귀족의 딸과 결혼시키고 지참금으로 얻은 군사들을 이끌고 영국으로 돌아온다.

애인과 웨일스의 시골길을 지나다가 붙잡힌 왕을 이사벨라는 영국을 버렸다고 비난한다. 실정에 신물난 귀족들까지 합세해 결국 에드워드는 왕위를 이양하고 왕의 애인은 참혹하게 처형된다.

하지만 그녀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후대의 기록에 따르면 이사벨라는 상왕인 에드워드 2세까지 결국 시뻘겋게 달아오른 부지깽이를 항문에 꽂아넣는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했다. 이사벨라 공주의 별명은 '프랑스의 암늑대'였다.

벨기에의 샤를로트 공주는 교황이 바티칸에서 거룩한 아침식사를 하는 자리에 다짜고짜 쳐들어간다. 적들이 자기에게 독극물을 먹이려 한다는 망상 때문에 며칠 동안 한줌의 식사도 하지 못해 거의 굶어죽어가던 상태였던 것이다.

그런 그녀의 눈앞에 달콤한 향을 풍기는 교황의 모닝코코아가 보였다. 그래, 교황의 음식은 안전하겠지? 샤를로트 공주는 뜨거운 코코아에 손가락을 찔러넣더니 쪽쪽 빨아먹었다.

며칠간 음식을 빼앗긴 교황은 나중에 이렇게 씁쓸하게 말했다. "도무지 이 인생은 나를 한시도 놓아주지 않는구나. 이제 미친 여자까지 바티칸에 들어와 날 괴롭히는구나."

동화책에서 공주들은 "그리고 왕자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의 인생을 산다. 하지만 '무서운 공주들'(문학동네)을 보면 실제로 역사 속의 공주들이 모두 그렇게 산 것은 아니다.

저자인 린다 로드리게스 맥로비는 디즈니로 대표되는 공주 관련 산업이 소녀들의 무한한 애정과 집착을 먹이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면서 이런 공주 열병에 대한 우려가 이 책을 쓴 동기라고 말한다. 공주들의 인생을 한 편의 동화로 채색하는 일을 그만두고 진짜 공주들에 대해 툭 터놓고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무서운 공주들'은 실제 공주들 중에서도 지나칠 정도로 비범한 인생을 살았던 동서고금의 공주들 서른 명을 다룬다. 전사, 왕위 찬탈자, 전략가, 생존자, 파티광, 미친 여자 등 역사 속 공주들은 다양한 모습이다.

수천 명을 학살했던 키예프의 올가, 나치의 스파이로 활동했던 스테파니 폰 호엔로헤, 피부 관리를 위해 생고기 마스크팩을 했다는 오스트리아의 엘리자베트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서른 명은 동화책에는 결코 나오지 않을 공주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동화책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무섭고 강렬하다.

ungaung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