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악스트' 편집장 백다흠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Axt)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1904년 프란츠 카프카가 한 말이 111년 후 소설을 위한, 소설가에 의한, 소설잡지의 제목이 됐다. 편집위원 중 한 명인 소설가 배수아 씨는 '변신'에 실린 '저자의 말'에서 도끼라는 뜻의 독일어 '악스트'를 찾아내 잡지 제목으로 가져온다. 편견을 깨는 도끼, 얼어붙은 정서를 깨는 도끼로 쓰이라는 바람에서다.
소설 전문 격월간 잡지 '악스트'를 발간하는 마포구 서교동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만난 악스트 편집장 백다흠씨는 "기존의 문학잡지에서 달라졌으면 하는 시대 요구가 있었다고 판단해 소설 전문 잡지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1일자로 1호(7~8월호)가 출간된 악스트는 몇 가지의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점점 독자가 줄어들고 위축된 국내 소설시장을 활성화시키기 2900원이라는 파격적인 책값이 책정된 점, 문학을 시각적으로도 즐길 수 있는 오브제로써 매력도 갖추도록 디자인과 사진 등 시각적인 면에 신경을 쓴 점 등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출판사가 기획에 참여하지 않고 내용적인 부분은 철저히 편집위원들에게 맡겨 출판사와 문단의 편가르기에도 자유로운 점이다. 기존의 문예지들은 유명작가가 아닌 이상 잡지를 발간하는 출판사 소속작가나 해당 문예지로 등단한 작가 위주로 작품을 싣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악스트의 초대 편집위원들인 정용준이나 배수아, 백가흠 등은 젊거나 문단의 줄서기에서 자유로운 작가들이다.
"악스트의 편집위원들은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자기만의 소설 세계가 확고한 분들입니다. 어떤 쪽의 작가다 라고 특징지을 수 없는 자유로운 성향의 분들이고요."
백다흠 씨는 악스트가 다양한 색깔의 소설가들이 와서 노는 장이 되기를 바랐다. "문단의 눈치를 보는 젊은 작가들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하지만 오로지 소설을 위해, 생계가 어렵더라도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을 쓰면서 잘 버티고 있는 작가들도 많습니다. 그런 작가들이 자유롭게 난립하고 노는 장이 됐으면 합니다. 그게 예술 혹은 소설의 장점 아닌가요."
하지만 백다흠 씨는 "'문단권력'에 대한 대안으로서 이 잡지가 나온 것은 아니다"라면서 '권력'이나 '진영' 논리로 이 잡지를 바라보는 시각이 생길 것을 경계했다. 그는 "소설 독자들을 다시 소설로 끌어들이려는 '시장의 요구'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면서 "소설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잡지"라고 악스트를 설명했다.
최근 1~2년 사이에 악스트 뿐 아니라 '소설문학'(2013년 봄 창간 계간지), '미스테리아'(2015년 6월 창간 격월지), '소설리스트'(sosullist.com 2014년 8월 창간 웹진) 등 다양한 소설 전문 매체들이 발간되며 침체된 소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작가는 한정돼 있는데 문학지들이 경쟁적으로 생기면 내용이 부실해지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지 우려됐다.
이에 대해 백 편집장은 "악스트는 소설 작품 만큼 소설 리뷰의 비중이 큰 잡지입니다. 소설 리뷰도 신간 30%, 구간 70%의 비중이죠. 예전 책, 묻혀 있던 책들을 리뷰를 통해 다시 발굴하는 의미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가격이나 디자인 등은 부차적인 요소들이고 결국 콘텐츠가 기존 잡지와 어떻게 다른가가 악스트나 다른 잡지들의 운명을 가를 겁니다. 독자들의 심판을 통해 소설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말이죠. 편집위원들도 그 부분을 신경을 많이 씁니다. 악스트는 독자들과 호흡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을 겁니다."
신경숙 표절사태와 문학권력 논쟁이 있기 한참 전인 약 1년 전부터 기획됐고, 커버스토리인 천명관씨의 인터뷰는 3개월전 이뤄진 것임에도 놀랍게도 '악스트' 곳곳엔 문단권력에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가 담겨 있다. 문단 주류와 대중, 오락과 문학의 경계에 서 있던 '촉' 발달한 작가들은 이미 문단의 문제점을 느끼고 있었던 셈이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영화 분야에서 일하다가 작가가 된 천명관 씨는 인터뷰에서 "스스로 고립을 자처해서인지, 숲 속의 호수처럼 고요한데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전엔 문단이 사교클럽 같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무슨 밀교집단 같은 분위기다. 좀 으시시하다"라면서 '문단권력'에 대한 얘기를 꺼낸다.
그는 "처음엔 나도 다들 외로우시니까 잔칫상에 와서 한두 숟가락 떠 드시는 거라고 좋게 생각했다. 나아가 문학을 사랑하는 충정이라고까지 이해했다. 하지만 한두 숟가락 정도가 아니라 아예 문학의 형질을 바꿔놓고 있다"면서 문단권력, 혹은 문단 마피아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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