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광수 "본성에 솔직하지 않으니 원칙이 없는 겁니다"
신간 '인문학 비틀기', '천국보다 지옥' 펴내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사진은 꼭 모자를 쓰고 찍어야겠다고 고집했다. 머리 손질을 미처 못했단다. 주변 따위 신경 쓰지 않는 옹고집은 아니었다. 학생에게 잘 보이고 싶고 책도 잘 팔리길 바랐다. 그는 솔직한, 외골수였다.
에세이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와 소설 '즐거운 사라' 등 대담한 성(性)묘사로 마광수(63) 연세대 교수는 평생 구설에 올랐다. 92년 '즐거운 사라'가 외설스럽다는 이유로 검찰에 구속, 수감 됐고 연세대에서 직위 해제를 당했다. 독자는 물론 문인도 그를 비난했다.
20년도 더 지났지만 그는 지금도 손가락질 받으며 '야한' 글을 쓴다. "당신은 섹스를 안 하나?", "본성에 솔직하라"며 사람들을 도발한다. 이번에 나온 '인문학 비틀기'(책읽는귀족)와 시집 '천국보다 지옥'(등대지기)도 이 연장선에 있다.
'인문학 비틀기'는 공자, 장자, 플라톤, 니체, 톨스토이, 석가, 예수, 프로이트 등 20명의 동·서양 사상가를 말 그대로 비틀어서 본 책이다. 그는 공자를 '정치 만능주의자', 니체는 '과대망상가', 톨스토이는 '이중인격자'라고 칭한다.
"공자는 철저한 계급주의자로서 각 개인의 사회적 신분에 대해 체념적으로 복종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예수는 자기가 '신의 아들'이라고 천명함으로써 그를 이용하는 기독교 정치세력이 생겨나게 했고 지금까지도 갖가지 종교 산업이 민중을 혹세무민하여 부와 권력을 챙기고 있다"는 식이다.
마 교수의 칼날은 대개 사람들의 이중적 태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중에서도 성을 억압하면서 도덕으로 무장한 사상을 향한다. 위선이라는 것이다. "석가가 권유한 대로 국민 모두가 출가하여 탁발승이 되면 섹스 행위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람의 씨가 말라버릴 것이다", "톨스토이의 결혼 생활이 불행했던 것은 그가 정신적으로 지독한 금욕주의자이면서도 실제로는 지독한 색정광이었기 때문이다"고 주장한다.
"본성을 부정하는 이중적인 태도에는 원칙이 없어요. 그러니 성알레르기 증세를 보이면서도 밤에는 세계에서 제일 야한 도시가 되는 거죠. 성매매 특별법으로 집창촌을 부숴놨지만 음성적으로 다 해요. 또 룸살롱은 안 없앴어요. 유전무죄죠. 강제로 막으니 강력 성범죄는 늘어나고, 인구당 성범죄 발생률이 일본의 열배가 넘잖아요."
영화보다 소설에, 폭력보다 성에 더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것도 뚜렷한 원칙이 없다. 요즘 아이돌 가수의 의상과 퍼포먼스가 소설보다 더 자극적인지, 유혈이 낭자하는 폭력이 합의 하에 이뤄지는 성 행위보다 더 규제해야할 대상인지 물어보자는 것이다.
성에 대한 이중적 태도는 책을 찾는 독자에도, 글을 쓰는 문인과 문단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독자들이 "밤에는 야동을 보고, 여자(남자)를 밝히면서 낮에 보는 책만은 엄숙한 것을 찾는다"면서 "책이란 건 교훈을 줘야 하고 휴머니즘이 있어야 한다고 여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작가는 시대의 지도자가 되어야 합니까? 작가는 기술자예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민중의 아픔에 동참하고 정치적 저항을 해야 훌륭한 작가라 해요. 리얼리즘을 써야 상을 받는 거죠. 문학의 갈래를 교훈주의, 쾌락주의로 나눌 때 나 빼고 몽땅 교훈주의에요. 다 리얼리즘을 하니까 SF, 추리, 에로, 공포 작가가 없어요."
그에게 "소설은 도덕 교과서가 아니다. 소설은 즐기는 것"이다. 그는 야한 시와 소설로 유명하지만 알게 모르게 정치평론과 논설집을 통해 정치, 사회, 문화 비판을 해왔다. 그는 "시, 소설에서까지 그런 이야기를 다뤄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번에 나온 '천국보다 지옥'도 야한 시집이다. 야해서 19금 판정을 받을 줄 알았는데 아니라서 "신기하다"고 했다. 그리고 마 교수는 지금 한층 더 야한 소설을 준비 중이다.
"야해서 싫어하는 것과 야해서 잡아가는 것은 달라요. 누구나 호불호가 있죠. 당연합니다. 저를 욕하라면 욕하세요. 얼마든지 자유에요. 싫으면 책을 사보지 않으면 되는 거고. 다 나처럼 쓰라는 게 아닙니다. 나 같은 사람도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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