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속물근성 까발린 뉴욕파 잉여 작가 장주원의 'ㅋㅋㅋ'

(문학세계사 제공).ⓒ News1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장주원의 초단편 소설집 'ㅋㅋㅋ' 출간을 앞두고 감사한 분들을 떠올려 봤습니다. 단 한 사람도 떠오르지 않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이 책은 순전히 저의 재능과 노력만으로 만들어진 것이니까요."

웃기는 책이다. 예의와 배려는 삶아 먹고 남은 국물만 쏟아냈다. 그 당돌함에 놀라고 입심에 혀를 내두른다. 그런데 이 책, 통쾌하다.

돈과 섹스와 명예를 얻으려는 작가의 욕심에 출간된 초단편 소설집 'ㅋㅋㅋ'에는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69편이 실렸다. 얄궂은 숫자다. 참고로 그가 고작 원고지 6~7장 안팎의 글을 올린 이유는 순전히 무언가에 진득하게 매달리지 못하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그가 날리는 독설의 대상은 다양하다. “우리 만난 지 딱 일년 되던 날, 호텔 레스토랑에서 풀코스 일인당 16만원짜리 먹고 나와서 클럽 가기 전에 넌 커피를 한 잔 하자고 했지. 그리고 정확히 만난지 일 년 만에, 난 너의 지갑을 처음 보았어....니가 7천원짜리 커피를 계산했을 때, ‘니가 웬일이야 계산을 다하고’라는 망언을 한 건 정말 고의로 비꼬려는 게 아니라 진짜 놀라서 그런 거였어. 미안해.”(‘미안해’)라며 '얻어 먹는 여친'에게 펀치를 날린다.

남자라고 멀쩡하지 않다. "수컷으로서 저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무엇보다 열등감이나 자격지심이 거의 없는 캐릭터라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실제로 열등하면서도 열등감이 없기란 쉽지 않은데 제가 바로 그러합니다..하늘 씨의 흐뭇한 수입을 제 차를 산다든지, 전자기기를 업그레이드 한다든지, 집 평수를 늘린다든지 하는 데에 사용하면서도 전혀 부담감을 갖지 않을 건강한 마인드의 소유자입니다."(하늘이시여)에서는 배우 김하늘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뿐 아니다. "약 17초간의 존경과 감사를 받는", "전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인 "내가 낼게"를 피하기 위해 '신발 끈 묶기', '심각하게 통화하기' 등 각종 필살기를 투척하는 30대 친구들(‘정말 열심히들 산다’)이야기나, 김구 선생이 꿈꾸던 선진국가의 길로 나아가려면 '자위(自爲)·후배위(後輩爲)·여성상위(女性上爲)·정상위(正常爲)·69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아! 대한민국)고 외친다.

작가의 관심은 돈, 섹스, 명예, 도덕, 폭력, 위신 등 인간의 욕망이 스며든 모든 영역에 퍼져있다. 싫지만 싫다고 말 못하고 좋으면서 좋다고 말 못하는, 홍길동으로 빙의 된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기기만, 속물근성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칼을 들이댔다. 그리고 돈은 좋고, 섹스는 하고 싶고, 일은 하기 싫다고, 자신은 게을러서 아무것도 못 한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해학과 풍자는 뜬금없는 친절로 배가된다. 친구를 때릴 때도, 때릴 날짜와 시간을 정해 이유를 설명하고, 산낙지를 먹을 때는 낙지의 변을 들어준다. 몸보다 정신을 아끼는 연인에게는 하반신의 사용권은 국가나 교회가 아닌 자신들에게 온전히 있어야 한다고 설득한다.

저자는 신비주의를 추구하기 위해 나이를 밝히지 않았다. "여의도에서 태어나 압구정동에서 자라고 캘리포니아와 메릴랜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후 지금은 뉴욕에서 살면서 시카고로 이사 갈 준비 중인 잉여인간. 취미는 누워 있기와 공상하기. 친구가 없는 것이 특징"이 출판사에 알린 정보의 전부다. 위선을 까발리기 위해 위악을 자초한 뉴욕파 잉여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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