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3

유홍준 지음

(창비).© News1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몽유도원도의 관람은 일종의 순례 행렬이 되었다. 사람들은 반드시 몽유도원도가 아니라 위대한 어떤 것에 존경을 바치려 했으며, 이 삶보다 더 나은 삶이 있다고 믿고 싶어 했다."

황현산 교수는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에서 안견의 '몽유도원도' 감상을 순례 행렬에 비유했다.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섰지만 오후가 돼서야 '몽유도원도' 앞에 선 그는 뒤에 선 사람들에 밀려 2분 남짓 그림을 보고 밖으로 밀려 나왔다. 문화유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높지만 감상은 '음미'보다는 '보는 행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독자들에게 문화 유산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 일종의 감상 가이드북이다. 유홍준은 눈뿐 아니라 귀와 코와 입으로도 문화유산을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가다. 그는 마치 소믈리에가 와인을 감별하듯 문화유산의 역사, 생김새, 분위기, 의미를 비교, 비유, 설명으로 보여준다. 다음은 '일본 국보 제 1호 목조미륵반가상'에 대한 그의 감상기다.

"몸에 어떤 장식도 가하지 않은 나신(裸身)이다. 우리의 국보 83호 금동미륵반가상만 해도 목덜미에 둥근 옷주름을 표현해서 법의(法衣)가 몸에 밀착되어 있음을 암시하지만 이 불상에선 가슴 부분이 가벼운 볼륨감으로 드러나 있고 목에 세 가닥 목주름을 나타냈을 뿐이다... 본래는 금분을 발랐던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현재의 매끈한 나무 질감이 더욱 조형성을 느끼게 한다."

1993년 출판된 제 1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남도답사 일번지'부터 지난 20년간 총 10권을 발간하며 전국토를 박물관으로 만들었다는 평을 받는 그가 열번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펴냈다.

신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일본 교토 방문기다. 교토는 일본 역사에서 1000년간 수도였기 때문에 일본문화의 진수가 다 모인 곳이다. 교토에는 사찰이 3030곳, 신사가 1770곳이 넘는다. 이를 보기 위해 국내외에서 800만명이 매년 모여든다.

이번 답사에서 유홍준은 교토의 다운타운인 낙중과 그 바깥쪽인 낙외라는 공간을 기본 줄기로 하고 헤이안 이전부터 가마쿠라시대까지의 역사적 시간을 훑었다. 광륭사, 대언천, 후시미 이나리 신사, 일본 국보 1호 목조미륵반가사유상, 야사카 신사, 법관사 오중탑, 고려사터 등으로 시작해 교토 최대의 선종 사찰 동복사, 인화사, 원효와 의상대사의 초상이 모셔진 고산사에서 끝맺음한다.

유홍준이 교토를 찾은 이유는 단지 문화유산이 많은 곳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교토는 일찍이 한반도에서 바다를 건너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람들이 있는 곳인만큼 교토의 문화를 안다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거리를 좁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는 서문에서 "일본 답사기는 국내 답사기와 달리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읽지 않으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어디 일본 답사기뿐이랴. 유홍준식 감상은 인내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조금 더 즐길 수 있다. 그게 애초 감상의 목적이 아닌가.

창비. 1만8000원. 412쪽

letit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