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사회주의 중국은 행복한가
기타무라 미노루 지음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토지의 사적 소유를 금지하고 한 마을을 단위로 토지의 공동 소유를 주장한 이론은 무엇인가. 얼핏 들어 사회주의 같지만 이는 다산 정약용의 여전론 일부이다. 1762년에 태어난 다산이 1818년에 태어난 마르크스보다 먼저 사회주의를 주장했던 걸까.
'사회주의 중국은 행복한가'에서 저자 기타무라 미노루가 중국에 찌르는 허는 '중국에서 봉건주의가 사회주의로 둔갑했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봉건주의 말미에 살았던 정약용이 미래 사회주의의 이론을 꿰뚫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봉건주의가 사회주의의 탈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중국 사회의 사상적 풍토 덕분이다. 기타무라는 봉건주의와 사회주의는 자본주의를 비판한다는 점에서 같은 선상에 서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 영역에서 보면 계획 경제를 주장하는 사회주의와 자급자족 경제를 토대로 한 봉건주의는 자본주의의 무질서한 상품 생산에 반대한다.
정치영역에서도 사회주의와 봉건주의의 연대는 이어진다. 직접 민주제도를 주장하는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의 대의제도에 반대한다. 군주제의 봉건주의는 자본주의의 의회제도와 법률제도에 반대한다. 거기다 1900년대 초 당시 자본주의가 중국 사회에 들어올 때는 제국주의와 결합된 형태였기 때문에 여기에 대항하는 세력은 애국자고 그 반대는 매국노 취급을 받았다.
기타무라는 이런 사상적 배경에서 중국에서 일어난 혁명의 주체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실은 봉건주의였다며 그래서 중국의 혁명은 진짜 혁명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중국 농민반란은 '기존의 생산관계를 개혁한 것이 아니라 파탄에 직면해 기존의 생산관계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새로운 생산양식은 생겨나지 않았고 이전과 같은 모습의 봉건체제만이 재생산'됐다.
'중국의 사회주의는 혁명을 거친 것이 아니라 왕조의 연속에 지나지 않았다'는 저자의 주장은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을 비판했던 트로츠키의 관점과 맞닿아 있다. 트로츠키파 역시 농민 위주의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이 봉건제도를 일소할 혁명이 아니었다고 비판해 왔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왕조일 뿐인 중화인민공화국은 행복한가. 저자는 책에서 이 질문을 통해 사회주의 중국에 대한 문제의식을 던진다. 스스로를 사회주의 국가라고 칭하고 공산당의 체계 또한 확고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도입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경계에 있는 중화인민공화국, 그들이 말하는 '중국화 된 사회주의'는 무엇인지, 과연 국민은 행복한지. 물론 답은 'NO'다.
이 논의는 비단 사회주의 사회에 해당하는 얘기만은 아닌 듯 보인다. 봉건주의 이후 한국에 등장한 자본주의 세력은 얼마나 다른가. 권력은 조선 왕조 때나 지금이나 주인이 바뀌었을 뿐 사라지거나 분배되지 않았다. 한국의 자본주의도 실은 자본주의의 탈을 쓴 봉건주의일지도 모른다.
한울. 2만원. 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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