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쉴더스 '융합보안 옥동자' 품고도 '고평가 논란' 못 뚫었다

'국내 보안 대장주' 에스원보다 시가총액 1조원 높게 책정
업계 "종합보안 이해도 부족…보안산업 자체 과소평가"

박진효 SK쉴더스 대표 (SK쉴더스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SK그룹 종합보안기업으로, 지난해 SK텔레콤으로부터 분리된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의 자회사 '상장 1호' 기업으로 주목받은 SK쉴더스가 고평가 논란 끝에 결국 기업공개(IPO) 계획을 접었다.

삼성그룹 보안기업 '에스원' 대비 시가총액을 1조원가량 높게 잡아 고평가 논란이 제기된 SK쉴더스는 지난 6일 금융감독원에 IPO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앞서 지난 3일부터 4일까지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이 부진하자 내린 결정이다.

대외적으로 밝힌 철회 이유는 글로벌 시장부진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일명 '빅스텝'을 22년 만에 단행하고 경기 회복 전망이 어두워지면서다.

SK쉴더스 측은 "지난 수개월간 상장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돼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며 "이로 인해 상장을 철회하고 향후 시장상황을 고려해 기업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상장 추진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물리·사이버·융합 품은 '토털 보안기업'…'고평가 논란' 수요예측 부진

업계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고평가 논란에 따른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부진을 꼽는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당초 200대 1은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 경쟁률이 마감 직전 취소 물량이 나오면서 100대 1을 겨우 넘긴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쉴더스가 이번 IPO 과정에서 제시한 시가총액은 공모가 상단 기준 3조5052억원이다. 실제로 공모가가 이렇게 결정됐다면, 회사는 물리보안 비교 기업인 에스원의 시가총액인 2조6000억원보다 1조원가량 높아 국내 증시 보안주 1위로 올라서게 된다.

하지만 SK쉴더스는 에스원보다 이익 규모가 크지 않다. 지난해 회사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5497억원, 1219억원이다. 반면 에스원은 각각 2조3145억원, 1797억원으로 SK쉴더스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회사의 실적이 사이버 보안 비교그룹인 안랩과 물리보안 기업 에스원의 같은해 합산 매출과 영업이익인 2조5218억원·2026억원보다 낮은 것도 고평가 논란에 한몫했다.

SK쉴더스도 지난달 간담회에서 "경쟁사와 사업영역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며 "(우리는) 전세계 유일무이 융합보안 회사로 오히려 이번에 책정한 기업가치는 보수적인 편"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고평가 논란은 지속됐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SK쉴더스가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사이버 보안분야에서 연평균 16.4%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잠재력에 주목해 가치를 매긴 것 같다"며 "물리보안 1위 기업 에스원을 비교기업으로 택한 것도 (SK쉴더스가) 완전한 물리보안 기업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른 기업을 택하기엔 애매한 상황이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SK쉴더스 IPO 온라인 기자간담회 (SK쉴더스 제공)ⓒ 뉴스1

◇업계 "토탈보안에 대한 이해도 부족…보안업계 과소평가도 영향"

일각에서는 투자자들에게 SK쉴더스의 종합보안 서비스에 대한 소개가 부족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회사가 비교그룹으로 택한 국내 기업 에스원과 안랩은 각각 물리보안·사이버 보안에 집중하고 있다.

SK쉴더스는 지난해 국내 사이버보안 1위 'SK인포섹'과 물리보안 2위 'ADT 캡스'가 합병해 탄생한 기업이다. SK그룹의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결합해 △물리보안 △사이버보안 △융합보안 △안전·케어 등 다양한 보안에도 힘쓰고 있고, 사이버 보안 분야 1위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물리보안' 기업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SK쉴더스 매출의 59.2%는 물리보안 분야였고, 사이버 보안 사업의 비중은 21.6%에 불과했다.

고평가 논란과 별개로 국내 업계가 보안사업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구글이 지난해 매출액 약 6000억원·영업손실 4380억원을 기록한 사이버 보안업체 맨디언트를 지난달 6조8000억원 규모에 인수하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맨디언트처럼 최근 실적이 좋지 않은 사이버 보안기업도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실제보다 가치를 높게 평가 받았고, (이러한 점에서) SK쉴더스 공모가에도 이목이 집중됐다"며 "국내 사이버 보안 1위 기업에 대한 가치평가가 사실상 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빠른 시일 내 SK쉴더스의 IPO 재도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35일 룰'에 따라 1분기 실적이 발표돼야 다시 증권신고서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향후 시장을 고려해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