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서 눈으로" AI글라스 뜬다…메타 이어 삼성·구글도 참전
제미나이 품은 일상형 안경…사진·문자·번역까지 음성으로
구글글라스 개인 판매 중단 10여년…가격·배터리·사생활은 숙제
-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스마트폰 이후 개인 단말의 자리를 둘러싼 글로벌 빅테크 경쟁이 다시 안경으로 향하고 있다. 메타가 '레이밴 스마트글라스'로 먼저 시장을 연 데 이어 삼성전자와 구글도 인공지능(AI) 글라스 경쟁에 뛰어들었다.
스마트글라스가 처음 주목받은 것은 2010년대 초반이다. 구글은 2012년 '프로젝트 글라스'를 공개하고 이듬해 개발자용 '구글글라스'(Google Glass) 익스플로러 에디션을 내놨다. 2014년 일반 이용자 구매도 일부 허용했지만 높은 가격과 어색한 착용감, 사생활 침해 논란이 겹치면서 2015년 개인 고객 대상 실험 판매를 중단했다. 이후 기업용 제품도 2023년 3월 판매가 종료됐고 같은 해 9월 지원이 끝났다.
한동안 가능성만 큰 기기로 남았던 스마트글라스는 생성형 AI 확산과 함께 다시 주목받고 있다. 눈앞에 정보를 띄우는 증강현실(AR) 기기보다, 카메라와 마이크·스피커를 통해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이용자를 돕는 AI 비서형 안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면서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열린 '구글 I/O 2026'에서 새로운 지능형 안경을 공개했다. 제품은 패션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 '워비파커'와 협업해 개발됐다. 삼성전자는 해당 안경이 AI와 일상 착용성을 결합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와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용자는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음성으로 길찾기와 문자 전송, 사진 촬영, 실시간 번역, 일정 추가 등을 실행할 수 있다. 다만 가격과 무게, 배터리 사용 시간, 출시국 등 구체 사양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역할도 나뉘었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을, 구글은 AI와 운영체제 생태계를 맡는다. 젠틀몬스터와 워비파커는 디자인을 담당했다. 기술 기기라는 인상을 줄이고, 실제 안경처럼 쓰고 다닐 수 있는 제품으로 접근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번 발표가 주목받는 이유는 AI글라스가 스마트폰을 곧바로 대체하는 기기라기보다, 스마트폰 사용 방식을 바꾸는 보조 단말로 출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화면을 손에 들고 보는 대신 귀와 눈 가까이에 있는 AI 비서를 통해 필요한 기능을 바로 호출하는 식이다.
외신들도 이 지점을 짚었다.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더버지'는 삼성·구글의 새 안경이 대중 시장을 겨냥한 가벼운 스마트글라스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구글이 함께 공개한 '프로젝트 아우라'가 XR 애호가를 겨냥한 기기라면, 젠틀몬스터·워비파커 협업 제품은 메타의 레이밴 스마트글라스처럼 일상 착용을 전제로 한 제품이라는 해석이다.
기술의 무게중심도 달라졌다. 과거 구글글라스는 눈앞에 화면을 띄우는 데 방점이 찍혔다. 이번 제품은 AI가 카메라와 음성을 통해 상황을 읽고, 스마트폰 앱과 연결해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 가깝다.
메타는 안경 제조사 에실로룩소티카와 손잡고 '레이밴 메타' 스마트글라스를 키우고 있다. 카메라로 사진과 영상을 찍고, 음악을 듣고, AI 비서와 대화하는 기능을 앞세워 스마트글라스 시장을 먼저 열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글로벌 스마트글라스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9% 증가했다. AI 스마트글라스 비중은 전체 출하량의 88%, 메타의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82%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메타가 선점한 시장에 안드로이드 기반 생태계로 맞서는 셈이다.
수요는 커지고 있지만 대중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11월 서카나 자료를 인용해 2025년 미국 스마트글라스 판매가 전년보다 3배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다만 가격과 사생활, 장시간 착용감 우려로 대중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짚었다.
삼성·구글 협업 AI글라스도 확인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가격과 무게, 배터리 사용 시간, 출시국 등 핵심 사양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AI 기능이 좋아도 하루 종일 쓰기 어렵거나 가격 부담이 크면 시장 확산에는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사생활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 카메라와 마이크가 달린 안경은 주변 사람의 동의 없는 촬영·녹음 우려를 낳는다. 구글글라스가 과거 거부감을 샀던 이유 중 하나도 이 문제였다. 스마트글라스가 일상 공간에 들어오려면 촬영 표시, 데이터 처리 방식, 개인정보 보호 설계가 제품 경쟁력의 일부가 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에는 갤럭시 생태계를 확장할 기회이기도 하다. 갤럭시 스마트폰, 갤럭시 워치, 갤럭시 버즈에 이어 AI글라스까지 연결하면 이용자 접점은 손목과 귀를 넘어 눈앞까지 넓어진다. 구글에는 제미나이를 스마트폰 화면 밖으로 꺼내는 실험이다.
결국 승부처는 실사용성이다. 메타가 먼저 시장을 열었지만 스마트글라스는 아직 대중 기기라기보다 검증 단계에 가깝다. 삼성·구글 역시 가격과 무게, 배터리,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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