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구글이 성범죄 피해정보 흘렸는데…정부는 피해 건수도 몰랐다
방미통위는 파악도 못해…구글은 37건 집계 보고
방미심위, 성평등부 집계도 제각각…이훈기 "철저히 조사해야"
- 유수연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구글이 디지털성범죄물 삭제를 요청한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외부 사이트에 유출한 사태에 대해 정부가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성평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통합된 기준으로 전체 피해자 수와 정보 노출 규모를 집계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미통위는 △피해자 수 △노출 정보 항목 △열람, 다운로드, 재유포 여부 등 2차 피해 현황 관련 자료 일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방미심위는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돼 선 조치 또는 접속 차단한 게시물을 총 22건으로 집계했다. 이 중 20건에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피해자를 대신해 구글에 검색어 삭제를 요청한 내용 등이 담겼고, 2건에는 피해자가 직접 구글에 삭제를 요청하면서 신고자명 등이 노출됐다.
방미심위가 해당 게시물에 기재된 피해자의 성명 또는 별칭, 직업, 학교 등을 기반으로 확인한 피해자는 중복을 제외하고 총 13명이었다.
성평등가족부는 피해자를 식별할 수 있어 삭제 조치한 내역을 10여 건으로 파악했다. 전체 피해 규모는 별도로 구글에 파악을 요청한 상태다.
반면 구글이 자체 파악한 피해 건수는 총 37건이었다. 구글은 방미통위에 제출한 자료에서 신고가 접수된 사례 가운데 중복·타사 관련 건을 제외한 37건이 외부 사이트에 잘못 전송된 것으로 파악하고 삭제를 요청해 서버에서 영구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각 기관이 파악한 피해 규모의 집계 대상과 기준이 서로 달라 정부 차원에서 전체 피해자 수와 정보 노출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통합 집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정부 기관 사이의 상황 공유도 지연된 것으로 파악됐다.
성평등부는 구글 신고 페이지에서 외부 데이터 공유 여부를 선택하는 항목이 사라진 사실을 파악한 뒤 8월 12일 구글을 통한 삭제 요청을 임시 중단했다.
일주일 뒤인 8월 19일 방미통위에 문제 상황을 전달했고, 방미통위는 같은 날 구글에 사실관계 파악과 조치를 요구했다.
방미심위는 이보다도 일주일이 지난 8월 26일 성평등부로부터 피해자 정보가 노출된 사이트를 통보받고 관련 URL 18건에 대한 긴급 심의에 착수했다.
사후 피해 확인도 충분하지 않았다. 구글은 9월 4일 방미통위에 문제 게시물을 모두 삭제했다고 보고했지만, 이틀 뒤인 9월 6일 3건을 추가로 신고받아 삭제했다.
앞서 디지털 성범죄물 삭제를 요청한 피해자와 지원기관의 정보가 구글과 협업하는 해외 연구 프로젝트 사이트에 무단으로 공개됐다.
구글은 방미통위에 제출한 사건 경위 및 조치 현황에서 비동의 성적 촬영물(NCII) 등 민감한 삭제 요청 정보는 외부 사이트에 공유하지 않고 고정된 안내 문구(한국에서 법률에 따라 삭제 처리되었음)만 표시하도록 했지만, 시스템 전환 중 검토자의 수동 분류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일부 신고 정보가 잘못 전송됐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재발 방지를 위해 한국에서 접수되는 삭제 요청 정보를 외부 사이트와 공유하는 절차를 9월 7일부터 전면 중단하고 NCII 신고에 고정 템플릿이 자동 적용되도록 시스템을 수정했다.
이훈기 의원은 “불법촬영물로 고통받는 피해자가 절박한 마음으로 제출한 신상정보와 피해 내용이 다시 공개된 것은 피해구제 절차가 2차 가해의 통로로 뒤바뀐 심각한 사태"라며 "구글의 개인정보 보호조치와 대응 과정에 위법 사항이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별 피해 집계 기준을 통일하고 신고 접수부터 삭제, 재유포 확인까지 공동 대응 절차를 정비해 범정부 대응체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hush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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