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과징금 폭탄시 美 신속 대응…보복관세·공정위 절차까지 쟁점"

[인터뷰]나이젤 코리 美 아시아정책연구소 연구원
"한미 디지털 갈등 최근 가장 심각…공정위 절차·방어권도 문제"

나이젤 코리(Nigel Cory) 미국 아시아정책연구소(NBR) 객원연구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나이젤 코리(Nigel Cory) 미국 아시아정책연구소(NBR) 객원연구원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에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미국 정부와 의회가 "신속하고 분명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유럽연합(EU)의 빅테크 규제를 통상 문제로 다루는 상황에서 한국도 무역법 301조에 따른 보복관세 등 통상 조치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봤다.

코리 연구원은 지난 3일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으로 뉴스1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한미 간 디지털 규제 갈등은 최근 몇 년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며 "기술 정책 차원의 논의에서 정치적인 문제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코리 연구원은 최근 워싱턴에서 한국의 디지털 규제와 공정위 법 집행 문제를 잇달아 제기해 온 통상 전문가다.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무역정책 부소장 등을 거쳐 디지털 무역과 데이터 정책을 연구해 왔다.

미국 기업 관계자들을 직접 인터뷰해 한국 공정위의 조사·제재 과정과 기업 방어권 문제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으며 쿠팡이나 구글 등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의 규제와 법 집행이 한미 통상관계의 쟁점으로 번질 수 있다는 문제도 지속해서 제기해 왔다.

이번 인터뷰에서 코리 연구원은 공정위가 심의 중인 구글 앱마켓 'GVP'(Games Velocity Program) 사건을 향후 한미 디지털 규제 갈등의 분수령으로 꼽았다.

그는 구글 사건에 앞서 미국 기업을 상대로 한 한국 규제당국의 조사와 제재가 워싱턴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했다. 미국은 각각의 사건을 따로 떼어놓기보다 그동안 누적된 규제 집행의 '프로세스와 패턴'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만찬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2026.09.02. ⓒ 로이터=뉴스1
"美, 개별 사건 아닌 '패턴'으로 본다"…쿠팡도 그중 하나

코리 연구원은 "미국에서 우려하는 것은 특정 사건 하나에 대한 것보다는 반복적으로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 과정에서 일어나는 프로세스와 패턴"이라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판단 기준은 뚜렷했다. 같은 사안에서 미국 기업과 한국 기업에 다른 결과가 나오는지, 조사와 제재 절차가 공정하게 적용되는지, 제도 자체가 미국 기업에 불리하게 설계돼 있는지 등을 미국이 살펴본다고 했다. 여러 정부 부처가 한 미국 기업을 동시에 조사하는지도 포함된다.

우리 정부는 구글이나 쿠팡 등에 대한 조치를 국적과 무관한 국내법 집행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기업이든 한국기업이든 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해 동일하게 법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리 연구원은 이에 대해 "표면적으로 한국 경쟁법은 비차별적이고 중립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에서는 사실상 미국 기업에 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을 둘러싼 최근 갈등도 이 연장선에서 거론했다.

그는 "워싱턴DC에서는 이러한(쿠팡에 대한 처벌 등) 부분을 차별적인 타겟팅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더 이상 개별적인 케이스로 보지 않는다"며 "한국 공정위와 규제 당국이 미국 기업을 타겟팅해 온 이력과 패턴이 있고 쿠팡은 그중 하나의 사례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쿠팡이 워싱턴에서 적극적인 로비와 대응에 나선 데 대해서는 "자신의 이해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쿠팡은 최근 사례여서 부각되고 있는 것이지 많은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공정위가 미국 기업을 대하고 있는 긴 이력의 가장 최근 이야기일 뿐"이라고 했다.

18일 서울 광진구 쿠팡 본사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 뉴스1 구윤성 기자
"美기업에 가장 어려운 경쟁당국은 韓 공정위"

코리 연구원은 지난해 한국을 직접 찾아 미국 기업 관계자와 변호사들을 인터뷰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에도 공정위의 조사 방식과 기업 방어권 문제가 반복해서 거론됐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기업들에 어느 경쟁당국이 가장 큰 도전이냐고 물으면 한국 공정위라고 답한다"며 "(해당기업들은 엄격하기로 정평이 난)EU에서도 매우 면밀하고 철저한 조사를 받고 있는데도 그렇게(한국이 가장 어렵다고) 답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제기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조사 대상과 근거에 대한 정보 접근이었다.

코리 연구원은 "기업이 왜 조사를 받는지, 무엇에 대해 조사를 받는지, 조사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를 받지 못한다"며 "조사가 시작된 뒤에도 여러 정보를 조각조각 모아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U에서는 조사 대상 기업이 사건 파일(케이스파일)에 접근해 조사 이유와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비교했다.

공정위가 요구한 자료가 조사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을 때 이를 즉시 다툴 수 있는 절차적 장치에도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는 "다른 국가에서는 법원에 가서 적법절차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절차적 보호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기습 조사(압수수색)와 형사절차도 도마에 올렸다.

코리 연구원은 "다른 국가에서는 데이터나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있을 때 '기습 조사'를 제한적으로 사용하는데 한국에서는 비교적 일반적으로 사용돼 기업의 평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국가에서는 경쟁당국의 사건이 형사절차로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거나 드물지만 한국에서는 기업 임원이 형사사건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나이젤 코리(Nigel Cory) 미국 아시아정책연구소(NBR) 객원연구원이 뉴스1과 화상인터뷰 하는 모습. @이민주 기자
구글 대규모 과징금이 분수령…"일상적 법 집행으로 안 볼 것"

코리 연구원는 공정위가 구글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전했다.

공정위는 구글이 게임사들과 맺은 GVP 계약을 통해 경쟁 앱마켓의 사업 활동을 방해했는지를 심의하고 있다.

공정위 사무처는 지난 7월 1일 구글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송부하고 위원회에 제출했다. 심사관은 구글의 관련 매출액을 약 14조 1600억 원으로 산정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법정 과징금 상한인 관련 매출액의 6%를 단순 적용하면 최대 약 8496억 원이다. 실제 제재 여부와 과징금 규모는 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코리 연구원은 구글에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미국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최대치의 과징금이 부과되면 미국에서는 이를 일상적인 법 집행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라며 "과징금이 부과되는 시점과 액수 등이 미국과 한국의 관계에 크게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액수뿐 아니라 제재 시점과 성격, 공정위가 결과를 발표하는 방식도 미국의 대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코리 연구원은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 자체를 강조하거나 이를 정치적인 이슈로 만들게 되면 미 정부와 의회가 아주 분명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며 "과징금의 시점과 특성, 규모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 정부를 보면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경쟁 관련 과징금 부과에 있어 EU에 대응하는 것과 유사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결정되는 수치와 어떤 형식으로 발표하는지를 미국에서 면밀히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그에 따라 미국이 한국 공정위를 EU처럼 여기고 앞으로 대응해야 할지를 결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글 로고. 2024.1.10. ⓒ 로이터=뉴스1
"301조 주시해야…韓과 적법절차·상설 협의 여지 있어"

미국이 실제 행동에 나설지를 가늠할 변수로 코리 연구원은 미국 무역법 301조를 꼽았다. 외국 정부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 등을 조사해 관세를 비롯한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코리 연구원은 향후 수개월간 지켜봐야 할 사안으로 "미 무역대표부(USTR)가 공식적으로 EU에 대해 301조를 보복성으로 적용할지"를 꼽으며 "이에 따라 한국에도 디지털 관련 301조를 적용할지 주시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같은 통상 마찰이 길어지면 미국 기술기업의 투자와 제품 출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코리 연구원은 "미국 기술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전제는 한국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라며 "규제나 법 집행 과정에서 컴플라이언스(규제 준수)가 리스크로 작용하면 다음 투자에도 크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기업들이 한국은 컴플라이언스 관련 리스크가 높은 시장이라고 말한다"며 신규 AI 제품의 출시를 늦추거나 한국 출시 자체를 포기하는 판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코리 연구원은 한국이 미국과의 갈등이 더 깊어지기 전에 제도를 손볼 여지가 남아 있다고 봤다.

그는 "한국은 EU와 달리 지금 가는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아직 남아 있다"며 "비차별성을 문서상으로만 남겨 놓을 것이 아니라 실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조사 내용을 고지하고 정보와 증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며 공정위 조사 과정의 적법절차와 투명성 강화를 주문했다.

양국 정부가 디지털 현안을 사전에 논의할 수 있도록 협의 창구를 개설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코리 연구원은 "반도체, AI, 클라우드, 사이버보안 등 디지털 경제 전반에서 양국이 협력할 부분이 많다"며 "입법을 예정하고 있는 사안 등에 대해 충분히 사전에 대화할 수 있다면 마찰의 소지가 되는 이슈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양갈래 길에 직면할 수 있다"며 "미국이 한국을 진정한 파트너로 여길지, 혜택을 받으면서 미국 기업을 징벌하는 국가로 생각할지가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젤 코리 미국 아시아정책연구소(NBR) 객원연구원 약력

△現 미국 아시아정책연구소(NBR) 객원연구원

△現 크로웰 글로벌 어드바이저스 디렉터

△前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무역·디지털 정책 담당

△前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동남아시아 프로그램 연구원

△前 호주 외교통상부 근무

△조지타운대학교 공공정책 석사

△호주 그리피스대학교 국제비즈니스·상학 학사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