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칩만으로는 엔비디아 못 잡는다…中, 이번엔 개발자 확보전

화웨이, 1만개 NPU 개발자에 개방…3년간 50억 위안 투자
CANN 키워 CUDA 의존 낮추기…하드웨어 넘어 SW 경쟁

'화웨이 커넥트 2026' ⓒ AFP=뉴스1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에 맞서 자체 인공지능(AI) 칩과 초대형 컴퓨팅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온 중국이 '개발자 생태계' 확대에도 힘을 싣는다. AI 칩을 만드는 데서 나아가 개발자들이 중국산 칩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환경까지 키워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1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화웨이 커넥트 2026'에서 AI 개발자와 파트너에게 1만개 신경망처리장치(NPU) 규모의 컴퓨팅 자원을 개방한다고 밝혔다.

개발자들이 AI 모델 학습과 추론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100 NPU-Hour 프로그램'도 시작한다. 향후 3년간 50억 위안을 투입해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개발자가 참여하는 컴퓨팅 생태계도 확대한다.

자체 AI 칩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엔비디아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엔비디아의 경쟁력은 GPU 성능뿐 아니라 개발자들이 GPU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프트웨어와 개발도구 생태계에서도 나오기 때문이다.

AI칩만으로는 부족…개발자 끌어모으는 화웨이

AI 개발자들은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CUDA'를 기반으로 모델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관련 개발도구와 라이브러리, 노하우 등을 축적해 왔다. 중국이 엔비디아를 대체할 자체 AI 칩을 확보하더라도 개발자가 기존에 사용하던 소프트웨어를 포기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면 실제 칩 전환에는 장벽이 생길 수밖에 없다.

화웨이는 자체 AI 칩 '어센드'(Ascend)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CANN'(Compute Architecture for Neural Networks)을 수년간 개발해 왔다. CANN은 AI 모델을 어센드에서 학습·구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로 엔비디아 CUDA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화웨이는 지난해 CANN을 전면 오픈소스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최근에는 외부 개발자의 참여를 늘리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엔비디아 GPU를 대체할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을 넘어 이를 실제 사용할 개발자까지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화웨이에 따르면 현재 CANN 개발자 가운데 외부 개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1%로 내부 개발자를 넘어섰고 월간 활성 개발자는 5200명 이상이다.

개발자가 기존 AI 개발 환경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호환성도 확대하고 있다. 어센드는 현재 파이토치(PyTorch)를 비롯해 트리톤(Triton), vLLM 등 90개 이상의 주요 외부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CANN 역시 지속적인 커뮤니티 기반 오픈소스 개발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여기에 개발자들이 실제 어센드 칩을 사용해 볼 수 있도록 1만개 NPU 규모의 컴퓨팅 자원까지 개방하는 것이다. 기존 개발도구와의 호환성을 높이는 동시에 개발자에게 직접 컴퓨팅 자원을 제공해 어센드 생태계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中, 소프트웨어로 엔비디아 추격전 확대

화웨이의 최근 행보는 중국의 엔비디아 추격 전략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와 개발자 생태계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화웨이는 지난 17일 최대 100만개의 프로세서를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처럼 작동시키는 '피어리움'(Peerium) 컴퓨팅 아키텍처를 공개했다. 개별 AI 칩의 성능 격차를 대규모 클러스터와 고속 인터커넥트로 일정 부분 보완해 시스템 전체의 연산능력을 높이겠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수십만개의 AI 칩을 연결한 시스템을 구축해도 이를 실제 AI 모델과 서비스에 활용할 개발자와 소프트웨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엔비디아 역시 GPU만으로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 GPU와 고속 인터커넥트, 네트워킹에 CUDA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결합하면서 개발부터 실제 AI 서비스 구동까지 아우르는 컴퓨팅 환경을 구축해 왔다. 오랜 기간 축적된 개발도구와 라이브러리, 개발자 생태계를 갖춘 CUDA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시장 지배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미국의 수출통제 이후 중국의 엔비디아 추격전은 자체 AI 칩 확보에서 초대형 컴퓨팅 시스템 구축, 소프트웨어와 개발자 생태계 확대로 전선을 넓히고 있다. 엔비디아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AI 칩의 성능뿐 아니라 개발자가 실제 선택하고 사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AI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yjr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