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류학자 바라지 않아…자기 가치 실현할 사람 만드는 데 목적"
[건강한 연구실을 찾아] 윤충식 서울대 교수 인터뷰
"내가 빛나지 않더라도 좋은 후배 양육한다면 사회에 기여"
- 조소영 기자, 김승준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김승준 기자 = "잘 따라오는 친구들도 있고 다소 못 따라오는 친구들도 있는데, 많이 기다려주려고 합니다. 제 교육 목적은 '자기 가치를 잘 실현할 사람'을 만드는 것이거든요. 모두가 일류학자가 되기를 바라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지난 4일 서울 관악구 소재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가진 윤충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산업환경보건연구실 교수는 '연구실 학생들에게 어떻게 동기 부여를 하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이는 학생 개개인의 다양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등 학생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려는 태도로 읽혔다.
윤 교수는 이날 '교수의 갑질'이 사라진 안녕한 연구실을 만든 공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수여하는 '건강한 연구실' 현판을 받았다.
◇"짜증날 때도 있지만…우린 서로에게 귀한 존재들"
윤 교수는 연구실 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학생들과의 소통 문제와 관련 "내게 온 학생들 개개인이 '각자의 집에서 제일 귀한 자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땅도 좁고 자원도 적어서 '경쟁에서 살아남는 자'가 향유하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사람들 간 서로의 고귀함을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지구에서 한 시기에 태어나 함께 살아가는 상황이 서로에게 얼마나 귀한 존재들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가끔은 '그것도 못 외우나' 싶은 마음이 들면서 학생들에게 짜증이 날 때도 있다"며 웃어보인 뒤 "그래도 이 친구가 각 가정에서 얼마나 귀중한 자식들인지를 생각하면 (짜증을 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매년 송년회마다 자신의 집으로 학생들을 초대하고 아내와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윤 교수의 이런 '너그러운 성품'은 어디에서 온걸까. 그는 "내 지도교수님이었던 백남원 선생님의 성품이 정말 좋으셨다"고 스승의 가르침을 꼽았다. 이어 "지금 내가 하는 것들의 많은 부분이 선생님을 닮으려는 노력이다. '힘들 때 선생님은 어떻게 하셨을까'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그러면서 "가끔 내가 연구를 잘하는 게 중요한가, 그보다 학생들을 잘 교육해 미래 연구를 잘할 기반을 만드는 게 중요한가 자문해보곤 한다. 결론은 내가 연구를 많이 해 논문 10편을 쓰는 것보다 학생 10명이 나가서 10편씩 쓰면 100편이 된다는 것"이라며 "내가 빛이 나지 않더라도 궁극적으로 좋은 후배를 양육하는 게 더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이 친구들이 사회에 나가 좋은 씨를 뿌리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원생들 중에선 '교수님의 연구'를 돕느라 정작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는 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잖다. 위계질서를 이용한 교수의 연구실 갑질 대표 사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윤 교수는 "창의적인 연구 결과는 자발적인 연구에서 나온다고 본다"며 산업환경보건연구실이 2015년 세계 최초 '3D 프린터 유해인자'에 관한 연구 논문을 낼 수 있었던 배경은 호기심에 따른 자발적 연구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실 등 안전 사고 줄이려면 어릴 때부터 교육해야"
그는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으로는 '미치도록 열심히 공부하는 것'과 '안전'을 꼽았다. 윤 교수는 "학생들에게 강요는 못하지만 인생에 한 번은 사랑이든 공부든 미치도록 무엇인가를 해보는 때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대학원은 우리 학생들이 선택해서 온 것이기 때문에 공부에 미쳐봐도 괜찮지 않겠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 문제와 관련해 윤 교수가 이끌고 있는 산업환경보건연구실은 과기정통부가 선정하는 '안전관리 우수연구실'로 3회 연속(2015년부터 선정·1회 선정 시 2년 유효) 뽑힌 바 있는 곳이다. 지난해 12월 경북대 실험실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로 여러 학생들이 크게 다친 뒤 각 실험실의 안전은 최근 과학계의 주요 화두다.
윤 교수는 "세월호 사건 이후로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안전 사고를 줄이려면 어릴 때부터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관련 교육이 성인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한계다. 교과과정에 안전할 수 있는 권리, 행복할 권리 등이 잘 명시돼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건강한 연구실로 선정돼 과기정통부로부터 받게 된 1000만원의 포상금은 연구실 사람들을 위해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방(연구실)을 거쳐간 모든 사람들, 연구실 직원들에게 기프티콘을 보냈다. 또 재학생, 박사 졸업생들을 모아 근사한 곳에 가서 식사를 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앞으로 이루고 싶은 일에 대해선 "이제 정년이 7년 정도 남았다"며 "이 기간에는 학생들에 대한 교육 뿐만 아니라 산업·보건 분야에서 노동자의 열악하고 부당한 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만한 연구 결과를 내놓음으로써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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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상 참 많이 변했죠? 기업들은 '부장님' 호칭을 버리고 '위계적 칸막이'를 없애는 등 수평적 문화 만들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책까지보며 '90년생 배우기'에 열심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참 변하지 않는 곳이 대학 연구실입니다. 교수님은 여전히 대학원생의 생사여탈권을 쥔 '왕'이죠. 과학 R&D에 연간 20조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되는데 '꼰대 교수님'과 '90년생 대학원생'이 공존하는 연구실이 변해야 나라의 미래가 있지 않을까요? 이미 현장은 변하고 있습니다. 소통하는 문화에 성과까지 탁월한 '건강한 연구실'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