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패권전쟁 한복판, 대통령 곁에 AI 책사가 없다[강은성의 감]
- 강은성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혹 탄 브로드컴 CEO를 차례로 만난다.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함께 '샌프란시스코 AI 선언'도 발표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AI 외교다.
그런데 정작 대통령 곁에는 AI 책사가 없다.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공석이다. 국가AI전략위원회 상근부위원장 자리도 비어 있다. 지난 5월 초 두 사람이 6·3 재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자리를 떠난 뒤 후임은 아직 임명되지 않았다.
공석은 석 달 남짓 이어졌을 뿐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세계 AI 질서는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순방을 앞두고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 AI 모델 '미토스(Mythos)'를 언급하며 "막힌다고 보고 우리가 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우리 집 대문을 막아주고 있다가 기분 나쁘다고 확 열어버리고 자기 마음대로 가버릴 수 있다"는 비유도 들었다.
대통령 스스로 해외 AI 의존을 국가 전략의 위험 요인으로 공개 언급한 것이다. 국제 정세는 이미 그 우려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중국은 개방형 AI를 앞세워 미국을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최근 문샷AI가 공개한 '키미 K3'는 글로벌 벤치마크에서 미국 최상위 모델과 경쟁할 만한 성능을 내놨다. 저렴한 비용과 개방성을 무기로 개발자들을 중국 생태계로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도 거칠게 대응한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 AI 모델을 '증류' 방식으로 학습해 기술을 빼갔다며 제재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사실이 확인되면 제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악관도 중국 기업의 앤트로픽 모델 증류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AI는 이제 기술을 넘어 외교와 통상, 안보가 맞물린 국가 전략이 됐다. 대통령은 이 충돌하는 이해관계 속에서 한국의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장 대통령이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날 주요 인물들도 이같은 미중 AI 패권전쟁에 정 반대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는 더 강한 통제를 주장한다. 강력한 AI 모델이 무분별하게 공개되면 국가 안보와 사이버 위협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반대로 젠슨 황은 개방을 말한다. 중국의 오픈소스 AI도 적극 활용해야 하고, 미국의 최첨단 모델인 미토스 역시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반대의 해법을 말하는 두 사람과 차례로 악수를 나눠야 하는 대통령. 그 옆에서 국익의 관점으로 조언할 책사는 어디 있는가.
현재 정부 AI 정책은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가AI전략위원회 상근부위원장 역할도 사실상 맡고 있다. 그렇다고 대통령 참모의 공백까지 메워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순방의 의제는 투자와 협력에 그치지 않는다. 모델 접근권과 반도체, 데이터센터, 보안, 수출통제까지 모두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복잡한 셈법은 부처 보고서만으로 풀기 어렵다. 기술을 이해하면서도 산업을 알고, 외교를 읽으면서도 안보를 함께 볼 수 있는 조언자가 필요하다.
AI 패권전쟁 한복판에서 대통령 곁의 책사 공백이 더 뼈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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