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일 답답하다고요? AI로 싹 바꿉니다…칼퇴가 목표"
[인터뷰]과기정통부 AI사피엔스팀…스타트업·AI대학원 출신 뭉쳐
"AI를 통한 업무 비효율 개선…본질적 정책 업무에 시간 쏟겠다"
- 이기범 기자
(세종=뉴스1) 이기범 기자
"개발 경력을 보유한 직원들이 업무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였습니다."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나 어둑해진 저녁, 충남 세종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무실에 공무원 5명이 모였다.
스타트업 및 기업 개발 경력자부터 인공지능(AI) 대학원 출신, AI 경진대회 입상자까지. 과기정통부 공무원이지만 '개발자' DNA가 숨쉬는 인물들이 사무실에 모인 주인공이다.
이들이 퇴근 후 개인 시간을 쪼개 개발하고 있는 것은 공직 업무 효율화를 위한 AI 에이전트나 자동화 소프트웨어다. 개발한 AI 에이전트로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것은 '칼퇴'다. 업무가 효율화되면 업무 시간은 줄어들고 업무의 질은 더욱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근까지 불사하며 AI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공무원 5인방, '팀 AI사피엔스'를 뉴스1이 만났다.
지난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AI 사피엔스팀을 만났다. 팀은 이재호 서기관(인공지능정책기획과)을 주축으로, 이지성 사무관(인공지능안전신뢰지원과), 배준기 사무관(인공지능전환지원과), 심항섭 사무관(정보통신산업기반과), 이배현 주무관(정보통신방송기술정책과)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팀 결성 약 2주 만인 지난 20일 첫 결과물인 '글로벌 AI 동향 분석 에이전트'를 선보이며 공직 사회에서 주목받았다. 밤사이 미국 등 세계에서 일어난 각종 AI 산업·기술 동향과 AI 분야 저명인사의 SNS 게시글 등을 자동으로 검색·정리·분석하는 AI를 개발해 매일 아침 동향 파악과 보고로 정신없는 공무원들의 일손을 줄여줬다.
SNS 게시글 분석은 '클로드 코드'를 이용한 바이브 코딩(AI를 통한 개발) 방식으로 자동화했으며, 주요 외신 기사 분석은 파이선을 통해 개발이 이뤄졌다.
팀 리더인 이 서기관은 "직원들이 업무를 하면서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발굴해 자동화하거나 업무 절차를 효율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AI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올라가서 업무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않더라도 단기간에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AI 주무기관인 우리 부처에서 우수 사례를 만들면 다른 부처나 공공기관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한다"며 "실제 다른 부처에서 연락이 오기도 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팀 활동은 퇴근 이후에 시작된다. 이틀에 한 번꼴로 아이디어 회의를 열고, 주말에도 개발 및 유지보수 작업이 진행된다.
업무 외 시간에 이들이 자발적으로 AI 개발에 매진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칼퇴'를 위해서다. AI를 통해 업무 비효율을 줄여 일하는 문화를 개선하고, 일과 시간에 본연의 정책 업무에 집중하는 게 목표다.
스타트업 웹 개발자 출신인 이 서기관은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오니 공직 사회의 업무 프로세스나 문화가 많이 달랐다"며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더딘 상황에서 중요하지 않은 반복 업무에 시간을 많이 뺏기게 되는데 우리 부처뿐만 아니라 다른 공무원까지 본질적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혁신 사례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AI 대학원 출신이자 팀에서 기술 검토와 개발을 맡고 있는 배준기 사무관은 "전 직원 칼퇴근이 목표다"라며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아이디어 뱅크 역할을 맡고 있는 심항섭 사무관과 이배현 주무관도 각각 "체감 업무량이 줄었다는 소감을 듣고 싶다", "다른 직원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향후 △예산요구서·법안 검토 등 대용량 문서 요약표 자동 작성 △출장 정산 등 관서 업무 자동화 △한글 회의록 자동 작성 등 공무원들이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과제들을 선별해 자동화하는 AI 에이전트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전 국민 AI 경진대회'에도 참여한다.
이 서기관은 "사업자들이 정부 지원 사업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데 정부 사업은 과기정통부뿐만 아니라 산업부 등 다양한 부처에 산재해 있다"며 "각 부처와 전문기관의 사업 정보를 통합 분석해 사업자가 원하는 사업 정보를 바로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경진대회에서 선보이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을 향한 부처 내 시선도 긍정적이다. 이 서기관은 "왜 이상한 거 하고 있냐는 시선이 아닌, 고생한다고 격려를 해주거나 부처 차원에서 개발 비용을 지원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팀 활동을 장려해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AI 사피엔스의 팀 활동을 놓고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제 공직 사회에서도 AI 활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민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공공도 더 빠르게 바뀌어야 한다. 이런 변화를 우리 직원들이 먼저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자랑스럽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배 사무관은 "AI 활용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인데, 활용을 하려면 공급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AI 툴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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