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대국 10년…이세돌 "AI 시대 미래 먼저 제시한 가이드"

이세돌 "인간과 AI 역할 구분돼…인류 난제 해결해 줄 조력자"
데미스 하사비스 "알파고 10년, 범용 AI 향한 길 열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공동 창업자 및 최고경영자(CEO)와 이세돌 9단(울산과학기술원 특임교수)이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사용된 사인된 바둑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구글 제공)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알파고와의 대국 10주년을 맞아 전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울산과학기술원 특임교수)이 알파고를 놓고 "미래를 먼저 제시한 가이드였다"고 평가했다. 구글은 "오늘날 인공지능(AI)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고 자평했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공동 창업자 및 최고경영자(CEO)는 11일 구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알파고 10년의 발자취를 짚었다.

이 9단은 구글 측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알파고가 AI 시대 미래를 먼저 제시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이 9단은 "알파고가 우리에게 던진 가장 큰 가르침은 인공지능 시대가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조만간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는 점을 미리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며 "일종의 '미래를 먼저 제시한 가이드'였던 셈"이라고 말했다.

또 인간과 AI의 역할이 구분돼 있다고 짚었다.

이 9단은 "AI는 바둑처럼 룰이 명확하고 한정적인 상황 안에서는 인간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한다"라면서도 "전체적인 기준을 세우고, 나아갈 방향을 정하며, 그 과정 안에 자신만의 개성을 불어넣는 일, 특히 마지막에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판단을 내리고 마무리를 짓는 것은 오직 인간의 몫"이라고 말했다.

AI와 인간의 미래에 대해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 9단은 "AI가 인류가 오랫동안 풀지 못한 난제들을 해결해주는 강력한 조력자가 되길 기대한다"며 "최근 일자리 문제 등 AI의 발전을 두려워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저는 이것이 사라지는 과정이 아니라 '진보적인 변화'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닌 인간의 발전을 돕는 도구 역할을 할 거라는 주장이다. 이 9단은 "AI 없이는 인류의 발전이 정체될 수도 있었던 시점에서, AI가 다시금 우리를 진보하게 할 기회를 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세돌 9단이 2016년 3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4국에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를 누르고 첫 승리를 거두고 복기를 하고 있다. (구글 제공)

하사비스 CEO는 "알파고는 AI의 거대한 잠재력을 증명했으며, 구글은 이를 통해 이제 현실 세계의 과학적 난제들을 해결할 기술적 토대를 갖췄음을 알렸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이러한 비약적 발전은 범용 인공지능(AGI)을 향한 여정에서 시스템을 구축하는 구글의 연구에 지속적인 영감을 주고 있다"며 "구글 딥마인드는 AGI가 인류 역사상 가장 중대한 기술이자, 과학, 의학, 그리고 생산성을 진보시킬 궁극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하사비스 CEO는 알파고가 둔 2국의 '37수'를 놓고 "인간 전문가의 방식을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전략을 발굴하는 AI 시스템의 놀라운 통찰력과 역량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당시 해당 수는 전문가들이 실수라고 생각할 정도로 관습을 벗어난 파격적인 수였다. 그러나 승부를 결정짓는 결정타가 되면서 인간과 다른 AI의 바둑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로 입증된 탐색 및 강화학습 능력을 토대로 단백질 구조 예측 모델 '알파폴드'를 개발했다. 이는 수학적 추론 모델 '알파프루프' 등으로 이어졌으며 복잡한 과학적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알파고 기반의 AI 기술이 쓰였다.

하사비스 CEO는 알파고에 활용된 기술이 최신 AI 모델인 '제미나이'에도 활용됐다고 밝혔다.

하사비스 CEO는 "구글은 제미나이의 월드 모델, 알파고의 탐색 및 계획 기술, 그리고 전문화된 AI 툴 활용 능력의 결합이 AGI 실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알파고의 전설적인 승리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구글의 궁극적인 목표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37수에서 처음 피어난 창의성의 불꽃은 이제 AGI로 향하는 길을 닦는 혁신을 촉진하며, 과학적 발견과 진보의 새로운 황금기를 열고 있다"고 강조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