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년 단백질 진화 과정…韓 초고속 분석 기술로 실마리

서울대 '폴드메이슨' 플랫폼…수십만개 단백질 구조 단번에 분석
분석난제 '트와일라이트 존' 공략…면역 단백질 설계 기원 추적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수십억 년에 걸친 단백질 진화 과정을 규명할 수 있는 초고속 분석 플랫폼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수십만 개 단백질 구조가 담긴 빅데이터를 한꺼번에 비교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핵심 단백질의 설계도가 수십억 년간 거의 변하지 않고 유지돼 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마틴 슈타이네거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대규모 단백질 구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초고속·고정밀 다중 정렬 분석 기술인 '폴드메이슨(FoldMason)'을 개발했다. 단백질 3차원 구조와 아미노산 서열 정보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다.

단백질 구조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질병의 원인을 밝히고 새로운 치료법을 찾는 데 중요하다. 복잡하게 접힌 단백질 아미노산 서열의 3차원 구조가 질병이나 노화 등 생물학적 기능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특히 단백질 간 유사성이 매우 낮아 분석이 거의 불가능했던 영역인 '트와일라이트 존'이 문제였다. 기존 방식으로는 접근에 한계가 있어 수십억 년의 단백질 진화 과정을 규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폴드메이슨은 기존 기술보다 100배에서 최대 1000배나 빠른 속도를 내면서도 높은 정확도를 갖췄다. 트와일라이트 존을 포함, 거의 모든 단백질 계열을 폭넓게 비교·분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또 연구팀은 인간과 박테리아처럼 서로 완전히 다른 생명체라도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핵심 단백질의 설계도 자체는 수십억 년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를 밝히는 중요한 실마리다.

슈타이네거 교수는 "향후 대규모 구조 변이 분석을 통해 질병 관련 단백질의 기능적 차이를 규명하고, 새로운 신약 표적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는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과 합성생물학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유망한 젊은 연구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우수신진연구 지원 트랙'이다. 독일 출신의 슈타이네거 교수와 호주 출신의 카메론 길크리스트 박사 등 글로벌 우수 인재들이 한국의 연구 인프라를 활용했단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과기정통부는 덧붙였다.

연구는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에 이날 오전 4시 게재됐다.

legomast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