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 반출 세번째 보류…안보·주권 침탈 우려 여전

내년 2월 보안처리 포함한 구글 신청서 제출 후 결정 예정
안보·주권에 국내산업 침해 위협 여전…핵심은 '국내 서버 설치'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신은빈 황보준엽 기자 = 구글의 고정밀 지도 반출 요구에 정부가 내년까지 결정을 유보했다. 고정밀 지도 반출은 국가 안보의 집합체를 해외로 넘기는 격이자, 혈세로 구축한 공간 데이터의 주권도 함께 맡기는 일이란 우려가 여전하다.

여야정과 학계·산업계는 그간 안보 침탈 우려로 불허 입장에 입을 모아 왔다. 정부는 정확한 심의를 위해 구글이 약속했던 보안 처리와 좌표표시 제한 등을 담은 보완 신청서를 받아본 후 결정할 예정이다.

고정밀지도는 '디지털 작전지도'…구글, 보안처리 약속해야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은 11일 국방부를 포함한 관계 부처와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를 열고 1대 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요청 건은 구글이 내년 2월 5일까지 보완 신청서를 제출하면 협의체 심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의결했다. 5월과 8월에 이은 세 번째 보류다.

협의체가 이번 심사를 유보한 이유는 구글이 대외적으로 표명한 수용안과 신청 서류 내용의 불일치다. 앞서 구글은 정부가 반출 조건으로 내건 블러(가림) 등 민감한 영상의 보안 처리와 좌표 표시 제한을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이 내용이 포함된 보완 신청서는 추가로 제출하지 않았다.

고정밀 지도는 도로 폭, 건물 윤곽, 고도, 지형 등 국내 공간정보를 자세히 표현한 안보의 집합체다. 이를 보안 처리 없이 해외로 반출한다면 군사기지와 기반 시설 위치를 유추할 수 있는 디지털 작전 지도로 활용될 위험이 크다.

데이터 주권을 빼앗길 우려도 있다. 한국의 정밀 지도와 위치 정보가 미국 정부의 관할 아래 놓이면 우리 의사와 무관하게 외교·군사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8월에도 구글은 날씨 지도에서 동해를 '일본해',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면서 비판을 받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해 12월9일(현지시간) 구글 웨이모의 자율주행 무인택시(로보택시)가 시험 운전을 하고 있다. 22.12.0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IT 업계, 韓 공간산업 쇠퇴 우려…구글은 법인세 회피

정보기술(IT) 업계는 고정밀 지도 반출이 국내 지도 서비스 기업과 공간산업의 쇠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구글이 국내 지도 데이터를 통해 확보한 검색 데이터, 소비 패턴, 위치 정보 등은 알고리즘 개선과 상품 개발에 쓰여 한국을 포함한 세계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 반면 데이터센터는 해외에 두고 있어 법인세 등 책임은 회피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고정밀 지도 구축에 25년간 1조 원이 넘는 세금을 투입해 왔다. 구글은 지난해 네이버 매출(10조 7377억 원)을 넘는 11조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지만, 법인세는 네이버(3900억 원)의 20분의 1 수준인 200억 원을 내는 데 그쳤다.

고정밀 지도는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도 요긴하게 쓰인다. 국내 중소기업이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에 대가를 치르고 지도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안, 구글은 제값을 치르지 않고도 국내 데이터를 활용해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를 비롯한 미래 공간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

17일 오후 수원시 국토지리정보원 내 대동여지도와 서울 강남구 구글코리아 본사. (레이어 합성)2016.11.17/뉴스1 ⓒ News1 이재명,최현규 기자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는 거부…안보 핵심 비껴가

구글의 '반쪽짜리' 수용안은 정밀 데이터의 국외 유출 위험을 줄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를 배제한 수용안은 핵심을 벗어난 여론전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글은 8월 5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보안 조치 등 정부 요구사항을 이행하는 방안을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필요한 경우 이미 가림 처리된 상태로 정부의 승인을 받은 이미지를 국내 파트너사로부터 구입해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알렸다.

반면 9월 9일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유영석 구글코리아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특정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는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며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짓더라도 프로세싱은 해외에서 할 수밖에 없는 기술적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구글이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를 꺼리는 진짜 이유로는 세금과 규제 문제가 거론된다. 데이터센터를 해외에 두면 법인세를 대폭 절감할 수 있고, 지도 서비스와 관련한 법적 다툼이 생겨도 증거 제출이나 조사 협조 등에 응할 의무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be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