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방사선 막는 나노튜브 방패 개발…강도·차폐 성능 3배

KIST·KAIST 연구진, 계면활성제 풀어 나노튜브 고르게 배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고에너지 입자인 우주 방사선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질화붕소 나노튜브(BNNT)' 방패를 개발했다. 내구도에서 약점을 보이던 기존 가공 방식의 한계를 극복, 여러 구조물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강도를 높였다.

6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따르면 원내 기능성복합소재연구센터의 장세규 박사 연구팀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최시영 교수 연구팀은 BNNT를 빽빽하게 배열하는 방식으로 보호막을 개발했다.

BNNT는 머리카락 굵기의 2만 분의 1 수준인 5나노미터에 불과하기 때문에 매우 가볍다. 그러면서도 내구도가 강하고 열 중성자 흡수 능력 역시 매우 뛰어나다. 알루미늄 등 기존 우주 방사선 차폐 소재의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문제는 가공이 어렵다는 점이다. 얇고 잘 부서지는 시트 형태로만 제작돼 활용에 제약이 있었다.

연구팀은 비누 성분의 일종인 계면활성제 '도데실벤젠술폰산(DBSA)'을 활용해 물에서 BNNT가 안정적으로 분산되도록 해 고농도 액정 형태의 BNNT를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이 상태에선 BNNT 가닥들이 자연스럽게 한 방향으로 정렬됐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정렬도·밀도가 모두 높은 BNNT 필름을 제작할 수 있었다. 완성된 BNNT 필름은 기존 형태보다 3배 이상 높은 밀도와 약 3.7배 향상된 중성자 차폐 성능을 보였다. 튼튼하면서도 열을 잘 전달하는 우주 방사선 방패가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의 공동 시뮬레이션 결과 새 BNNT 필름은 같은 질량(두께) 대비 알루미늄보다 약 15% 더 높은 방사선 차단 효율을 보였다. 특히 2차 중성자 차폐 성능이 뛰어났다.

연구진은 새 BNNT 필름이 △우주선 경량 차폐 구조물 △달·화성 기지의 방호막 △고성능 우주복 소재 등으로 활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진은 "필름을 적절한 두께로 적용하면 달을 탐사하는 탐사 우주비행사에게 국제우주정거장(ISS) 수준의 방사선 안전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며 "탐사 임무 기간을 최대 2배까지 연장할 수도 있다. 향후 장기 우주 탐사 및 달·화성 기지 건설의 핵심 기반 기술이 될 거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장세규 KIST 박사는 "나노소재인 BNNT의 제조 공정상 한계를 돌파했다"며 "우주뿐 아니라 항공·국방·원자력 발전 시설 등 다양한 첨단 분야에서 쓰일 수 있는 다재다능한 미래형 소재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부·방위사업청 등 지원을 받았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매터리얼즈' 최신 호에도 게재됐다.

legomast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