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하는 핵연료재처리…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물꼬트나

"건식재처리 전권 획득 통해 R&D 탄력…원전 폐기물 저감 대안"
플루토늄 나오는 습식재처리는 의견갈려…"국제사회 반발 우려"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지역주민들이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 관련 연구시설을 둘러보고 있다.(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2018.5.15/뉴스1 ⓒ News1 주기철 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최근 경주 APEC 한미 정상회담 후속 결과로 한국의 핵연료 재처리·우라늄 농축을 제한하던 한미 원자력협정도 개정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확대오찬에서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것으로 이해하지만,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부분 관련 실질적 협의가 진척되도록 지시해달라"고 타진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미 양국 간의 협정 개정은 어느 정도 문서화가 완료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군사적 목적이 아닌, 원전 등 상업적 목적으로 일본 수준의 우라늄 농축·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미국에 요구했다고 한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미국 반응이 있었다.

특히 사용후핵연료에서 우라늄 등을 뽑아내는 재처리 기술은 원전의 치명적 문제인 폐기물 저감에 도움이 된다. 재처리를 거치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부피는 5%까지 줄고, 처분시설 면적도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개정의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핵연료 건식 재처리(파이로프로세싱)' 연구개발(R&D)이 탄력을 받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파이로프로세싱의 경우 핵연료를 고온에 녹여 핵연료와 폐기물을 분리하는 방법이다. 순수 플루토늄을 뽑아내긴 힘들어 무기 생산에 쓰일 가능성은 적다고 알려졌다. 한국은 습식 재처리(PUREX·퓨렉스)의 대체기술로서 미국과 공동 R&D를 수행하기도 했다.

다만 파이로프로세싱 역시 한국이 온전한 권한을 가지진 못했다. 공정 초기 단계인 전처리와 전해환원까지만 가능하다.

문주현 단국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겸 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은 "후속 공정인 전해정련과 전해제련이 핵심이지만, 장기적 차원의 동의를 못 받았다"며 "후속 공정으로 순수 플루토늄을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미국 측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 연구기관 등을 통해 파이로프로세싱의 경제성·타당성은 어느 정도 검증된 상태다. 협정 개정으로 전체 공정에서의 핵 비확산성과 안전성까지 검증한다면, 한국이 독자적으로 시설을 짓고 기술 실증에 나서는 것도 가능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한편 퓨렉스까지 양국 합의에 포함될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상용화에 다다른 퓨렉스는 빠른 적용이 가능하다. 원전 폐기물 문제가 시급한 만큼, 정부가 습식 재처리 권한까지 사수할 거라는 의견이 있다. 이 경우, 장기 후속연구가 필요한 파이로프로세싱을 고집할 필요도 없어진다.

하지만 습식 재처리는 우라늄뿐 아니라 핵무기 원료가 되는 순수 플루토늄까지 추출된다는 점이 문제다. 미국이 허락하더라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저촉되기 때문에 국제사회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의 원전 스탠스가 모호한 상황에서, 습식 재처리 권한까지 받아내는 게 쉽지 않을 거란 분석도 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원전 사용후핵연료 저감 등 상업적 이용을 개정의 명분으로 내세운 상황이다. 하지만 실상 원전을 점차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라면, 빠르게 핵폐기물 문제를 해결해야 할 당위도 크게 없어 보인다"며 "정책 간의 엇박자를 해소하지 못하면, 외부로부터 (핵무기 유용 등) 괜한 안보적 우려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legomast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