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앞세워 2030 표심 모은 尹…벌써 공약 다이어트?

尹 정부 110대 국정과제 속 '게임' 어디로 숨었나
"e스포츠도 야구처럼"…구체적인 게임 공약 쏟아냈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10/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 가운데 차기 정부의 '게임' 정책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대선은 여야 후보 간의 초박빙 판세가 이어지면서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2030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한 게임 공약이 큰 주목을 받았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직접 e스포츠 게임 대회장을 찾아 "게임은 시간을 죽이는 게 아니라 살리는 수단이다"고 강조하며 산업 진흥을 약속하기도 했다.

다만 이달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를 살펴보면 게임 공약은 사실상 제외됐다 해도 무방하다. 게임·드라마·영화·웹툰을 하나로 묶어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문구가 전부다. 다수의 게임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던 후보 시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 '표심잡기' 임무를 달성한 게임 공약들이 정부 시야에서 사라져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尹 정부 110대 국정과제 속 '게임' 어디 숨었나?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 가운데 인수위원회가 공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 과제'가 주목받고 있다. 인수위는 지난 3일 새정부의 국정 비전과 정책을 담은 국정 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110개의 국정과제 속에서 '게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전체 186페이지에 달하는 국정과제 원문에서 '게임'이 언급된 문장은 단 한 부분. 심지어 구체적인 산업 진흥 방안 없이 'K-팝, 게임, 드라마, 영화, 웹툰에 대한 체계적 지원으로 콘텐츠 강국 도약'이라는 문구 한 줄로 언급됐다.

OTT 산업과 비교하면 차이점이 확실히 나타난다. 새정부는 OTT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으로 '세액공제' '자체등급제' 등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고 명시했다. 또 글로벌 전진기지를 구축하고, 특화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국내 OTT 제작사의 해외 진출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OTT를 포함한 미디어와 콘텐츠 산업의 선순환 발전을 위한 혁신전략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물론 새 정부의 모든 정책이 110대 국정 과제에 포함되기엔 한계가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이 후보자 신분으로 쏟아낸 게임 공약이 상당히 구체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무관심' 수준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12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타워에서 열린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2022 스프링' 개막전을 찾아 트로피를 살펴보고 있다. 2022.1.12/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 "e스포츠도 야구처럼"…친(親) 게임 공약 쏟아냈었는데

앞서 지난 1월 윤 대통령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대회인 2022 LCK 스프링 개막전을 찾아 "게임은 시간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살리는 수단이고, 질병으로 보는 왜곡된 시선은 바뀌어야 한다"며 "게임 정책에서는 게이머가 무엇보다 우선이다. 게이머가 느끼는 불공정 문제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다수의 게임 공약을 쏟아냈다. 게임공약 1번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다. 확률형 아이템은 '랜덤 뽑기'라 불리는 게임 아이템으로, 지난해 초 일부 게임사가 아이템의 확률을 조작하거나, 0.001% 수준으로 지극히 낮게 설정한 사실이 드러나 이용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국민들이 게임사를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게이머들의 해묵은 골칫거리 '소액 사기'를 뿌리 뽑겠다고도 밝혔다. 게임 소액 사기는 피해액이 100만원 이하인 소액인 경우가 많은 데다가 처리 절차가 복잡하고 처리 기간이 평균 3~6개월로 길어 피해자들이 고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윤 대통령은 '게임 소액사기 전담 수사기구'를 설치해 이용자 피해를 막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게임 산업 진흥을 위해 'e스포츠 지역연고제'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프로야구처럼 지역연고제를 도입해 현재 수도권에 집중된 있는 e스포츠 산업을 지역으로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역에 e스포츠경기장을 건립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 "공약 후퇴 논란…2030 세대 우롱 마라"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 '게임 소액 사기 전담 기구 설치' 'e스포츠 지역 전고제' 등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구체적인 게임 공약은 모두 국정과제에서 제외된 상황. 사실상 '공약 후퇴'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진행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윤석열 당선인도 후보 시절 확률형 아이템 문제에 대해 법적규제가 필요하다고 공약한 바 있다"며 "최근 공약후퇴 논란들이 나오는데, 이 문제만큼은 반드시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마저도 지키지 않는다면, 2030 세대를 우롱하는 꼴이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게임산업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산업진흥과 이용자 보호 정책을 균형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이 동시에 가능하다"며 "다른 부처에서는 못 한다. 문체부에서 제대로 된 게임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