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게임 아냐?"…메타버스 시대, 2D가 온다

네이버제트, 두나무, 싸이월드 등 2D 기반 메타버스 서비스 속속
"구현·활용 쉽고, 단순한 조작 장점...3D 메타버스와 공존할 것"

네이버제트와 슈퍼캣의 메타버스 플랫폼 '젭'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로그인하는 순간, 모든 것이 현실이 된다."

메타버스를 압축해 보여주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홍보 문구다. 가상현실(VR) 기기를 쓰고, 현실을 초월한 가상세계에 접속해 '제2의 삶'을 꾸리는 영화 속 모습은 메타버스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상상이다. 가상세계에서의 삶을 꿈꾸는 이들의 오래된 미래는 '코로나19'를 맞아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메타버스가 구현되는 방식은 오히려 과거에 맞닿아 있다.

최근 메타버스를 표방한 서비스들은 2D 도트 그래픽에 기반하고 있다. 이미 가상 사무실, 행사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개더타운'을 비롯해 네이버제트, 두나무 등이 선보인 메타버스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메타버스 원조를 자처하는 '싸이월드'도 2D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돌아왔다.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메타버스 시대에 2D 그래픽의 서비스가 뜨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개더타운' 이후 대세가 된 2D 메타버스…네이버 '젭'·두나무 '세컨블록'

2D 메타버스를 이끈 주역은 '개더타운'(Gather Town)이다. 개더타운은 미국 스타트업이 만든 업무용 메타버스 솔루션이다. 2D 아바타 캐릭터를 통해 사무실이나 세미나, 발표장으로 꾸며진 가상 공간에서 화상 회의나 발표 영상을 공유할 수 있다. 마치 게임처럼 키보드 방향키를 눌러 캐릭터를 이동시킬 수 있다. 이용자가 카메라와 마이크를 활성화해놓으면 다른 캐릭터와 마주쳤을 때 영상 대화 기능이 자동으로 실행돼 실시간 소통을 할 수 있다.

고전게임을 연상시키는 2D 그래픽은 '메타버스'라는 단어와 멀어 보이지만, 직관적이고 쉽다. 무엇보다 접근성이 가장 큰 장점이다.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웹 기반으로 PC나 모바일로 언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다. 사양을 별로 타지 않는 2D라서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장점에 기반해 국내에서도 메타버스 행사, 수업, 회의, 사무실 등을 기획하는 기관, 기업, 대학 등에서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8월6일 메타버스 방식으로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 상생협약식을 열었다. 사진은 문용식 NIA 원장이 발표하는 모습. (개더타운 화면 갈무리) ⓒ 뉴스1

개더타운이 2D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의 가능성을 보여주자 비슷한 사용자경험(UX)를 갖춘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네이버제트도 슈퍼캣과 함께 2D 메타버스 플랫폼 '젭'(ZEP)을 선보였다. 네이버제트는 메타버스 놀이터로 Z세대 사이에서 자리 잡은 '제페토'를 개발한 네이버의 손자회사다. 전 세계 2억5000만 이용자를 확보하며 메타버스 서비스 역량을 입증했다. 슈퍼캣은 2D 고전 MMORPG '바람의나라'의 모바일 버전을 개발한 게임사다.

블록체인 전문 기업 두나무도 최근 2D 메타버스 플커폼 '세컨블록'을 공개했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두 서비스 모두 2D 아바타 캐릭터를 통해 가상 공간에서 화상 회의나 발표 영상을 공유할 수 있도록 꾸려진 UX는 개더타운과 대동소이하다.

두 서비스가 내세우는 차별점은 대체불가토큰(NFT)이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 복제와 위변조를 막고 소유권을 입증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을 말한다. 이러한 특성에 기반해 최근 예술품, 부동산, 디지털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NFT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젭은 추후 NFT를 활용, 이용자가 만든 콘텐츠를 NFT 형태로 수익화할 수 있도록 관련 기능을 제공할 방침이다. 두나무는 세컨블록을 NFT 커뮤니티로 키울 계획이다. 자사 NFT 거래소 서비스를 연계해 시너지를 낸다는 복안이다.

두나무가 지난 12월14일 자사 메타버스 서비스 '세컨블록'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세컨블록 화면 갈무리)

◇구현·활용 쉬워 2D 역주행,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화' 관건

2D 아바타를 내세운 메타버스 원조 맛집 싸이월드도 돌아온다. 이에 앞서 한글과컴퓨터와 합작한 싸이월드 메타버스 버전 '싸이월드 한컴타운' 베타 서비스가 출시됐다.

이처럼 '레디 플레이어 원'이 아닌 고전게임을 닮은 2D 도트 그래픽으로 압축된 현실에 일부 이용자들은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싸이월드 같아 보인다", "바람의나라가 생각난다", "이런 게 메타버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포스터

전문가들은 2D 역주행 현상에 대해 구현과 활용이 쉬운 2D 그래픽의 장점을 꼽는다. 업체들이 고성능 하드웨어가 필요한 고해상도 3D 메타버스 대신 다양한 기기에서 당장 구현할 수 있는 2D 그래픽을 통해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형욱 퓨처디자이너스·라이프스퀘어 대표는 "메타버스를 구현하려면 컴퓨팅 파워가 많이 필요한데 2D 기반 메타버스는 다양한 기기에 쉽게 구현하고 활용할 수 있어 3D 기반 서비스와 공존하며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 있다"며 "'줌'에서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진 개더타운이 가능성을 증명했고, 구현이 쉽기 때문에 업체들이 해당 단계부터 메타버스를 구현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중요한 건 이벤트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이 계속 무언가를 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으로, 그 단계로 가야 메타버스에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싸이월드 미니라이프를 개발한 이득우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교수는 "3D보다 2D가 이벤트를 열기엔 효율적이지만, 2D냐 3D냐는 본질이 아니다"며 "NFT를 활용한다고 했을 때 서비스 밑바닥에 있는 거래 인프라가 얼마나 효과적이냐가 중요하며, 기존 SNS 이용자들이 터전을 옮겨야 할 이유를 제공해줘야 한다. NFT 관련 활동도 이미 트위터나 디스코드를 통해 잘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