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김정주, 900억 들여 가상화폐 '코빗' 인수…왜?

'비트코인'으로 수십여종 넥슨게임과 연동 가능성

김정주 NXC 대표ⓒ News1

(서울=뉴스1) 이수호 기자 = 넥슨의 창업주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가 국내 3대 가상화폐업체인 '코빗'을 900억원에 인수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게임업계에선 김 대표가 9월 중 1000억원대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김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NXC가 특별한 이유없이, 지난달 2000억원에 달하는 일본 넥슨의 보유지분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김 대표가 가상화폐업체에 900억원이라는 거액을 쏟은 이유에 대해 "가상화폐 시장의 성장성과 더불어 넥슨의 본업인 게임사업과의 제휴"를 꼽고 있다.

김 대표가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 코빗은 회원 3만명을 보유한 국내 가상화폐거래소로 빗썸, 코인원과 더불어 3대 대형거래소로 꼽힌다. 지난해 매출은 7억원, 당기순손실은 8억원으로 다른 거래소들과 마찬가지로 아직 수익성이 좋지 않다.

다만 올들어 가상화폐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성장성은 높다는 평가다. 현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약 30여곳으로 추산된다. 3대 거래소를 중심으로 일간 거래량이 2조원에 달하며 이는 전년대비로 7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비트코인 외에도 거래가 가능한 가상화폐 종류는 무려 1000여종에 달한다.

특히 국내 거래소 대부분이 올초부터 0.01%에서 0.1%의 거래 수수료를 받으며 나름의 수익모델을 갖추기 시작했다. 하루 1000억원이 거래된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수십억원의 수수료를 손에 쥘 수 있다. 넥슨 입장에선 현재와 같은 가상화폐 열풍이 이어진다면 수수료 수익으로도 단기간에 원금을 회복할 수 있다.

다만 게임업계에선 단순 수수료 수익보다는 넥슨이 향후 게임머니와 가상화폐를 연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 2015년 12월, 김정주 대표는 넥슨의 성장스토리를 담은책 '플레이'를 통해 "미국에서 쓰던 달러를 유로로 바꾸고, 다시 원화로 바꾸듯 '메이플스토리2'에서 쓰던 게임머니를 '던전앤파이터' 게임머니로 바꾸고, 다시 '바람의나라'의 게임머니로 바꿀 수 있다"고 밝히며 게임머니 환전서비스 도입을 시사한 바 있다.

당시 넥슨은 "게임머니를 기반으로 기축통화를 만들고 환율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으나 아직 초기 연구 중인 단계로, 도입 여부와 도입 시기가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PC게임 결제한도 규제가 묶여있는 상황에서 자체 기축통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리스크가 커 결국 넥슨은 이를 실행하지 못했다. 그러나 당장 가상화폐를 활용하면 김 대표의 꿈이 현실화될 수 있다.

비트코인을 도입하면 A라는 게임내에서 구입한 아이템을 비트코인으로 되팔아, B라는 또다른 게임에서도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A와 B는 다른 게임이지만 하나의 통화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A 게임에서 확보한 게임머니를 B 게임에선 활용할 수 없었다.

경우에 따라, 아이템을 팔아 가상화폐로 현금화할 수도 있다. 가상화폐는 정식 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넥슨 입장에선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키울 수 있고, 국가간 장벽도 허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이 글로벌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의 종류만 수십여종에 달하는 만큼 실제 통화가 아닌 가상화폐를 도입한다면 아이템 거래 및 유료 게임 시장이 활성화되는 동시에, 다양한 규제 족쇄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킹 등 리스크가 커 가상화폐 연동이 어렵다해도 시장이 매년 성장하고 있는 만큼 수수료만으로도 충분히 인수금액을 회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넥슨 관계자는 "NXC는 가치있는 디지털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검토해왔다"며 코빗과의 직접적인 사업제휴 여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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