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권리' 기존법 손질? 아예 새로운 법안으로?

방통위, '2014 온라인 개인정보보호 컨퍼런스' 개최
전문가들, '잊혀질 권리' 법제화 관련 다양한 방안 제시

(서울=뉴스1) 김현아 기자 = 16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개최된 '2014 온라인 개인정보보호 컨퍼런스'에서는 '잊혀질 권리' 법제화 방식과 내용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발제에 나선 전문가들은 기존 법령을 손질하는 방식을 택해야 할지, '잊혀질 권리'를 인정한 새로운 법안을 마련할 것인지 여부, '잊혀질 권리'와 관련한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법안에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할지에 대해 안을 제시했다.

정찬모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ECJ의 '잊혀질 권리' 판결의 의미를 설명하고 우리나라의 대응 방안으로 현행 정보통신망법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CJ는 지난달 '잊혀질 권리'를 지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1998년에 게재된 신문기사가 검색결과에 나오지 않도록 삭제하거나 숨겨달라는 스페인 변호사 코스테하 곤잘레스와 구글이 맞선 사건에서 곤잘레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ECJ는 원 웹페이지에서 문제의 개인정보를 삭제하지 않은 경우 및 문제의 정보가 합법적으로 원 웹페이지에 게시된 경우라도 검색엔진운영자는 정보주체의 정당한 정정, 삭제, 차단, 반대권 행사가 있는 경우 검색 결과에서 해당 웹페이지 링크를 삭제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정 교수는 ECJ의 판단에 대해 "개인정보가 법적으로 문제없이 공표된 결과물에 기초한 것이라 해도 표현의 자유나 정보의 자유보다 프라이버시권이 우선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정보주체의 권리를 강조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이 잊혀질 권리를 직접적으로 독립된 권리로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시간의 경과에 따라 해당 개인정보의 적절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해석했다"며 "간접적으로 잊혀질 권리에 대한 주장을 인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교수는 "잊혀질 권리의 국내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며 "일단은 현행 정보통신망법상 사생활침해 정보에 대한 삭제요청권의 운용을 재점검하는 수준에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잊혀질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인터넷기업에 과중한 부담이 될 수 있고, 신문의 언론 활동에 비해 검색엔진의 활동은 보호가치가 낮은 것으로 본 ECJ의 판단은 옳은 것인지, 세월이 지났다고 해서 쉽게 무의미한 정보로 취급하는 것은 미래인터넷세상의 가능성을 제약하는 것이 아닌지 등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법 36조와 37조의 삭제·처리정지권이 '잊혀질 권리'의 근거 법률이 될 수 있지만 앞으로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 명확한 근거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잊혀질 권리'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한계 설정, 이익형량 요소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수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박사는 '잊혀질 권리'가 인정되는 경우 개별 요청별로 일일이 삭제 인정 여부를 심사해야 하는데 이는 검색엔진사업자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며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범위까지 '잊혀질 권리'를 인정할 것인지 사회적인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일정 기간이 지난 자료는 자동으로 별도의 보관함을 통해 검색되도록 하는 방식을 도입해 삭제로 인한 불필요한 논쟁이나 사회적 논란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 백 박사는 '잊혀질 권리' 법안이 마련된다면 삭제 요청 대상에 '게시자' 또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 범위를 확대해야 하며, 표현의 자유에 반하는 경우 예외 사유를 명기해 다른 기본권의 보호와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온라인상 사생활 침해에 대한 판단은 전문기관이 인정하는 경우로 해 사업자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해당 결정에 불복할 경우 사업자측과 정보주체 측이 대처할 수 있는 처리 절차가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h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