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손잡은 美머크, 바이오시밀러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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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시밀러 맏형, 머크사를 가다
뉴욕 맨해튼 중심부에서 출발해 뉴저지 턴파이크를 타고 한 시간 이상을 달리면 동화 속에 나오는 듯한 전원 마을이 나타난다. 다른 제약사들이 마케팅을 위해 헤드 오피스를 대도시 중심부에 두고 있는 것과 달리 머크사는 마케팅과 영업을 위한 사무실과 연구개발 분야 시설을 모두 한 곳에 집중해 하나의 성채처럼 구성해 놓고 있었다.
머크사는 미국 밖에서는 MSD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머크 인덱스로 잘 알려진 독일 화학기업 머크사와 뿌리는 같지만 현재는 소유주가 전혀 다른 회사로 지금은 미국내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바이오시밀러 개발의 맏형 노릇을 하고 있는 초대형 제약사다.
머크사가 최근 삼성에피스와 바이오시밀러 공동개발과 상용화에 관한 합의를 맺은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관련해서 머크사는 그동안 다양한 암초에 부딪혀 왔다. 업계에서는 이런 의미에서 머크사와 삼성의 이번 합의를 양측 모두에게 '행복한 접근'으로 평가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과의 합의는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전설적인 존재로 그동안 머크 바이오벤처를 이끌어왔던 마이크 카마크 박사가 머크사를 떠난 후 남겨진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계기로 인식되고 있다.
머크사의 바이오시밀러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이다. 그러나 당초 15억달러를 바이오벤처에 투자하려던 계획은 2010년 무산되고, 이어 2011년 한국의 동아제약과 자가면역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버전을 개발하기 위해 합의를 맺었지만 암젠의 특허 만료로 프로젝트를 접어야 했다
머크사는 여러가지 이유로 지난 몇년간 주춤해 왔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이제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동안 머크 바이오벤처를 중심으로 독립성을 가지고 운영돼 왔던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아예 회사 전체의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머크 리서치 랩'의 일부로 편입시켰다. 캐롤라인 라페티토 머크사 미디어 국장은 "그동안 특허만료와 바이오시밀러 관련 법규 미제정 등의 문제로 머크사가 어려움을 겪어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제는 바이오시밀러 제품 개발을 전사적인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크사는 기존의 합성의약품에서도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미래가 불투명보일 수도 있는 바이오시밀러 약품 개발에 사활을 걸기로 결정한 것이다. 머크 바이오벤처를 본사 연구소의 직접관할로 통합시킨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의 관건은 치료효과와 안전성을 보장하면서도 오리지널 약과의 차별성을 확보하는데 있다. 바이오시밀러 분야 마케팅 선두 연구소인 CB파트너스의 사이러스 차우드리 CEO도 최근 바이오시밀러 관련 컨퍼런스에서 "바이오시밀러가 주는 기회는 제품개발을 위한 비용을 최대로 줄이면서도 오리지널 약의 효과를 구현할 수 있을 때만 찾아온다"고 분석했다. 낮은 가격이 각국의 정책결정자들에게 어필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설명이다.
라페티토 국장은 "바이오시밀러는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성장하는 분야'라며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생명공학 기술에 기반을 둔 의약품 개발비용이 몇년 안에 전체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바이오시밀러는 합성의약품의 복제약 등장이 제약산업 전체를 흔들어 놓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게임 체인저(상황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는 요인)'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2013년 현재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전세계 제약과 바이오테크놀러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20%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정부 규제안의 미비에도 불구하고 바이오벤처를 출범시켜 업계에 충격을 줬던 머크사는 바이오시밀러가 복제약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라페티토 국장은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수익면을 포함해 전반적인 비즈니스 확장 차원에서 매우 매력적"이라며 "새로운 생체 분자를 개발해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것이 머크사의 당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머크사가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입한 가장 중요한 배경에는 바이오시밀러로 환자들이 낮은 가격에 치료를 받고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머크사가 가장 역점을 두는 바이오시밀러 분야는 면역반응조절과 항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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