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화이자가 M&A 눈독들이는 이유

[뉴스1 창사 2주년 기획] 창조경제 로드맵을 짜자
'합병과 제휴' 통해 해법모색

미국 뉴욕 화이자 본사© News1 고현석기자

'비아그라'로 알려진 화이자는 최근 매사추세츠주 소재 생명과학기업인 '바인드 세라퓨틱스(BIND Therapeutics)'와 신약개발 협정을 맺었다. 이 회사는 인체의 항체를 우회해 원하는 목표지점에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미세기술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 화이자는 이 회사의 기술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 1건을 얻을 때마다 최대 2억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위기를 맞고 있는 최근 대형 다국적 제약사들이 야심차게 밀어부치고 있는 '합병과 제휴'다. 자본력이 떨어지는 회사들을 일방적으로 흡수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는 현실과 약간 거리가 있다.

화이자 미디어 담당 로런 스타 국장은 "대부분의 주요 제약사들이 특허 만료로 인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블록버스터의 원천이 말라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합병과 제휴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최대로 살리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화이자의 와이어스 합병건은 제약업계에서 최대 규모의 합병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많은 잡음을 낳기도 했다. 이 정도 규모의 합병건은 경쟁사인 로슈의 제넨테크 합병 정도밖에는 없다. 화이자의 와이어스 합병은 화이자가 그동안 '비아그라'라는 유일한 블록버스터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크게 개선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수합병은 그동안에도 계속 시도돼 왔다. 화이자는 지난 2000년 워너-램버트, 2003년 파마시아를 사들였다. 물론 대규모 인원감축이 잇따랐다. 인수합병을 계기로 기존 인력에 대한 감축도 감수했다. 대부분의 대형 제약사는 현재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내 상위 50개 제약사는 1150억달러에 달하는 약물이 특허만료로 인해 매풀에 직접적 타격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스타 국장은 "연구개발의 난조, 특허만료, 제네릭(복제약)의 경쟁시장진입 등의 이유로 제약사들은 다양한 위기관리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그중 가장 확실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인수합병"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화이자가 인수합병 분야에서 현재는 가장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물론 다른 경쟁사들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아직가지 발전적 인수합병 분야에 있어서는 화이자를 따라올 회사가 없다는 설명이다.

화이자같은 초대형 제약사가 인수합병에 총력을 다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까지 해온 전통적인 합성약물 연구개발 분야에서 한계가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지금까지는 비교적 치료효과가 분명했던 약물 개발에서 벗어나 훨씬 더 복잡하고 특이한 질병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수십년동안 해왔던 연구개발의 중심축을 새로운 약물로 전환시키는데는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이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마법의 탄환'이 바로 인수합병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 FDA는 최근들어 전통적인 약물에 대한 승인을 급격하게 줄이고 있기도 하다.

유사한 효과를 지닌 싼 복제약의 공세도 제약사들의 인수합병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적인 복제약의 시장 침투로 상위 10개 제약사의 수익이 최대 40%까지 줄었다. 신기술을 가진 다른 제약사를 사들이지 않고서는 생존자체가 위협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인수합병이 가진 장점은 화이자-와이어스 합병건에서 쉽게 부각된다. 잠재적인 경쟁사를 인수함으로써 일단 미래의 적을 제거할 수 있으며, 실제로 다음 단계의 블록버스터를 개발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경쟁사가 그 분야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소비자들에게는 인수 회사의 제품 다양성을 부각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제약회사의 진실'이라는 책을 쓴 마르시아 앤젤 전 뉴일랜드저널오브메디신 편집장은 뉴스1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비즈니스의 핵심적인 요소로서 연구개발이 가지는 위치는 재고돼야 한다"며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합성화합물 중심의 신약개발은 이제 특화된 치료제 개발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방향전환만이 제약회사도 살 수 있고 환자와 소비자도 살 수 있는 상생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대형 제약사가 방향전환을 가장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인수합병 밖에는 없다.

최근 들어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외국에서 값싼 제네릭을 들여오는 방침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정책을 통해 약가를 최대 40%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제약사가 진정한 의미에서 사회적인 공헌을 할 수 있는 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법을 화이자는 인수합병에서 찾고 있었다.

스타 국장은 "정부의 의지를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에는 제약사와 소비자 모두가 피해를 보는 악순환의 구조에 들어서게 될 것"이라며 "대형 제약사에 대한 대중의 반감은 제약사들이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을 통해 제대로 된 연구개발에 돌입할 수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와 업계 사이의 소통이 우선돼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제약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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