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워너' 삼키는데…해 넘기는 '티빙-웨이브' 합병
티빙 2대 주주 KT 반대로 합병 지연…KT 대표 교체 이슈도 겹쳐
"합병 시너지도 결국 타이밍…'골든타임' 놓칠 수 있어" 우려
-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넷플릭스가 워너브라더스 인수에 나서면서 글로벌 미디어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번 인수가 성사될 경우 K-콘텐츠의 넷플릭스 종속 현상은 더욱 심화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글로벌 OTT 대항마로서 추진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합병을 앞뒀다'는 말만 2년째 나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티빙의 2대 주주인 KT(030200)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가 합병에 반대표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CJ ENM은 올해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이해관계자 간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합병 시기를 말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양사의 합병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건 지난 2023년이다. 당시 넷플릭스의 독주로 한국이 콘텐츠 하청 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넷플릭스에 대항할 'OTT 통합론'이 대두됐고, 2023년 12월 5일 티빙을 운영하는 CJ ENM(035760)과 웨이브 모회사 SK스퀘어(402340)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후 지난 6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건부 합병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KT 측은 양사의 합병이 자사의 미디어 사업에 미칠 영향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IPTV 등 유료방송과 콘텐츠 제작 등 KT의 미디어 사업에 있어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큰 이익이 되지 않을 거라는 판단이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유료방송 가입자 이탈 가속화 등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4월 김채희 KT미디어부문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합병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성장의 방향성, 가능성이 티빙의 주주가치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KT 대표 교체 문제가 변수로 떠올랐다. 최종 의사결정 책임자인 KT 대표가 내년 3월 교체될 예정이어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더 늦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와중에 글로벌 OTT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면서 양사가 합병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가 워너브라더스의 OTT 'HBO 맥스'를 품으면 구독자 수를 전 세계 4억 2800만 명까지 늘릴 것으로 집계된다. 월간 활성 이용자 점유율은 현재 46%에서 56% 수준까지 늘어난다.
김용희 선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합병 시너지도 결국 타이밍이다.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쿠팡플레이 등 경쟁자가 투자를 늘려 점유율을 뺏고 있는 상황에서 합병이 늦어지면 운영 효율성 등 양사가 합병으로 낼 수 있는 시너지가 줄 수 있다"며 "조금이라도 가치가 남아 있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때 합병하고, 협력적 모델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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