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2023 결산④]통신의 위기 재확인한 '통신 축제'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서 '탈통신' 전시한 통신사들
망사용료 논의 전면화됐지만 넷플릭스의 거침없는 반격
- 이기범 기자
(바르셀로나=뉴스1) 이기범 기자 = '탈통신'은 통신사들의 오래된 미래다. 통신 시장은 정체됐고, IT 시장의 주도권을 빅테크 기업에 내준 지 오래다. 통신사(ISP)와 콘텐츠 사업자(CP)의 파워 게임은 한쪽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다.
통신사들이 플랫폼 사업에 도전하고 있지만, 빅테크의 역량을 따라잡는 데는 부침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탈통신을 얘기할수록 역설적으로 통신의 위기는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경향은 올해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에서도 재확인됐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부터 이달 2일까지 나흘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화두는 '통신'이 아니었다.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들이 통신의 경계 안팎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전시됐다.
이는 통신 기반 기술을 주요 화두로 끌어오려던 주최 측의 의도와 배치된다. 행사를 주최한 세계이동통신연합회(GSMA)는 올해 MWC의 5대 어젠다로 △5G 가속화 △리얼리티+(확장현실·메타버스) △오픈넷(오픈랜) △핀테크 △모든 것의 디지털 등을 꼽았지만, 본무대 위에서 화제가 된 것은 망 사용료 문제와 챗GPT 열풍을 반영한 AI 전시였다.
이번에 AI 컴퍼니 전환을 재차 강조한 SK텔레콤은 AI 서비스를 내놓는 데 대해 빅테크와의 주도권 싸움을 이유로 들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MWC 전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통신사(텔코)가 잃어버린 고객 관여(인게이지먼트)와 관계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여러 테스트를 하고 있는 상황"고 말했다.
또 "서비스 관점에서 통신사는 고객은 많지만 접점이 약하다. 빅테크·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본인들의 접점이라고 보지 통신사를 접점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통신사의 현 상황을 인정했다. 글로벌 통신사들과 연합해 AI 서비스로 다시 시장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게 SK텔레콤의 복안이다.
구현모 KT 대표는 "KT는 네트워크, 인프라, 헬스케어, 보안, 미디어 분야에서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에서 가장 큰 텔코"라면서도 "2020년에 KT는 통신사에서 디지털 플랫폼 회사로 전략을 전환하는 '디지코'를 선언했다"고 탈통신 행보를 강조했다.
글로벌 통신사들도 탈통신을 강조했다. 구 대표와 같이 기조연설 무대에 오른 위엔콴문 싱텔 CEO도 탈통신으로의 전략 전환을 말했다.
망 사용료도 큰 어젠다 중 하나였다. 지난해 MWC에서도 관련 이슈가 불거졌지만, 비공개로 진행되는 GSMA 이사회 논의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올해 MWC에서는 첫 기조연설 주제로 다뤄질 정도로 망 투자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그만큼 통신사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정작 공개된 발언의 수위는 '공정한 분담'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망 사용료 의무화를 강하게 주장하기보단 일단은 협상 테이블에 앉자는 게 유럽 통신사들의 얘기다.
오히려 거침없는 발언을 한 건 넷플릭스였다. 통신사들 축제에서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신임 CEO는 망 사용료를 부과하면 콘텐츠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망 사용료를 요구하는 통신사를 향해 "넷플릭스가 통신 사업자에게 콘텐츠 제작 비용을 같이 부담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되받아쳤다.
반면, 기대를 모았던 6G에 대한 전시는 눈에 띄지 않았다. NTT도코모, 노키아, 에릭슨 등 일부 업체들이 6G 기술을 선보였지만, 전체 전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았다. 아직 6G에 대한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섣부르게 미래를 얘기 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일부 통신사 관계자들은 6G 비전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MWC 현장에서 만난 한 국내 통신사 임원은 "지금 6G는 아무리 얘기해도 답이 없다. 아직 6G는 정의 단계이기 때문"이라며 "5G 상용화 전인 2017년, 2018년에 5G를 깔면 모든 게 될 것처럼 얘기했는데 지금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보면 6G에 대한 답이 나온다"고 말했다.
한 참가자는 "솔직히 MWC는 CES 등의 행사와 비교해 새로운 기술과 비전이 많이 보이진 않는다"며 "통신이라는 정체성을 계속 가져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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