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치發 망전쟁]④韓 트래픽 27% 삼키는 유튜브…망 투자 분담은 '모르쇠'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27.1%. 구글이 국내 통신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2위는 7.2% 비중의 넷플릭스, 3위는 3.5% 비중의 메타(페이스북)다. 글로벌 플랫폼 '빅3'의 비중만 37.8%에 달한다.

특히 '동영상 골리앗' 유튜브를 거느린 구글은 단일 사업자로 30%에 육박하는 트래픽을 빨아들이는 '트래픽 블랙홀'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망 사용료는 내지 않는다. 실시간 생중계, 고화질 방송 등 트래픽 사용량이 폭증하는 미디어 이용 행태로 변하고 있지만 10년도 전에 4세대 LTE가 태동하던 당시 통신환경에서 '공짜망'으로 꽃을 피운 유튜브는 망 투자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5G 시대에도 '공짜망'을 고집하고 있다.

영상 콘텐츠를 중심으로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네트워크 자원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통신 사업자(ISP)들은 망을 통해 버는 이익 대비 투자 부담만 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콘텐츠 사업자(CP)들은 '망 중립성' 원칙 등을 얘기하며 망의 공공재적 성격을 얘기한다. 문제는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에 대한 고민 없이 망 사용료 갈등이 이용자를 볼모로 한 여론전에 매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용자 볼모 여론전에 가려진 '트래픽 문제'

특히 최근 구글 유튜브의 '망 사용료 법'을 둘러싼 반대 운동에는 트래픽 문제라는 실존하는 현실이 배제돼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트래픽 양 중 구글은 27.1%, 넷플릭스는 7.2%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메타(페이스북) 3.5%, 네이버 2.1%, 카카오 1.2%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망 사용료 문제는 글로벌 CP들과 국내 ISP들의 갈등으로 불거졌다. 고화질 영상 콘텐츠로 인해 이전과 달리 글로벌 CP가 망 전체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면서 통신 업계를 중심으로 이들이 망 비용 부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망 사용료 갈등은 네트워크 자원을 둘러싼 일종의 힘겨루기인 셈이다. 과거에는 망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하며, 유통되는 콘텐츠가 늘수록 망 사업자들도 가입자를 늘려 투자비 이상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이 됐지만, 트래픽 급증, ISP와 CP의 뒤바뀐 역학 관계 속에 기존 법칙에 임계점이 찾아오면서 망 사용료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업계 및 학계에서는 규제를 통한 시장 개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과 시장이 실패한 상황이기 때문에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입법으로 해결하는 게 최선은 아니지만,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지난달 20일 망 사용료 법 국회 공청회에 출석해 넓은 가상 공간이 아닌 개별 사업자의 단위 네트워크에 대한 이용료로 논의를 좁혀 망에 대한 책임과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망 사용료는 이념의 문제가 아닌 현실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정보통신망 이용료 지급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심사를 위한 공청회에서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최 교수,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공동취재) 2022.9.2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국내만이 아닌 글로벌 문제…미국·유럽도 망 투자비 분담 논의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소송전으로 부각됐던 망 사용료 갈등은 국내뿐만이 아닌 글로벌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망 사용료 분담에 대한 논의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도이치텔레콤, 보다폰, 브리티시텔레콤(BT), 텔레콤오스트리아, 텔레포티카, 오렌지, KPN, 비바콤, 프록시무스, 텔레노르, 알티체포르투갈, 텔리아컴퍼니, 스위스컴 등 유럽 주요국을 대표하는 13개 통신사는 공동 성명을 내고 미국의 테크 대기업들이 유럽 통신 네트워크 개발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월에도 유럽 4대 통신사로 꼽히는 도이체텔레콤과 오랑쥬, 텔리포니카, 보다폰은 유럽연합(EU) 의회에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에 대한 인프라 비용 분담 규칙을 마련해 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달에도 유럽통신사업자연합회(ETNO) 소속 17개 통신사는 CEO 명의로 공동 성명을 내고 트래픽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빅테크들의 망에 대한 공정한 기여를 촉구했다.

지난달에는 유럽통신사업자연합회(ETNO)에 속한 17개 통신사 CEO가 공동성명을 내고 "최대 트래픽 발생자들이 유럽 망에 부과하는 상당한 비용에 공정한 기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CP, 빅테크들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브랜던 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은 EU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초고속 네트워크로부터 큰 이익을 얻고 있는 빅테크들이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공정한 기여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도 망 투자 분담 필요성을 연이어 주장하고 있다. 올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2에서 GSMA는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글로벌 CP들이 망 투자를 분담해야 한다는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주도하는 펀드를 만들고 거기에 CP들이 돈을 내는 형태로 망 투자에 참여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다.

GSMA는 지난 3일(현지시간)에도 글로벌 기업에 의해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 이상이 발생한다고 꼬집으며 "생태계의 장기적 성장 지원을 위해 디지털 인프라 투자에 대한 올바른 대가가 마련되도록 논의해야 한다"고 성명을 낸 바 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