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개혁의 시작점은 소통이다

(서울=뉴스1) 김명신 성장산업부 부장 = 소통(疏通).
얼마 전 초등학교 6학년인 막둥이가 물었다.
"엄마 '소통'을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막힘 없이 원활하게 의견을 나누는 것 아닐까?"
대답하고 나서 챗GPT에 물었다. 챗GPT는 소통에 대해 "서로의 생각, 감정, 정보, 의견 등을 주고받아 이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소통의 핵심은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체제가 출범했다. 이 장관은 지명 직후부터 취임까지 '규제 개혁'을 거듭 강조했다. 젊은 중기부 장관답게 낡고 오래된 규제를 새롭게 뜯어고치겠다(개혁)는 의지다.
하지만 20년 넘게 중소기업 규제 정책을 연구해온 한 관계자는 "개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유를 묻자 "(관련 규제가)천지다"라면서 "밥그릇 싸움(이권 다툼)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산업계 곳곳에서 저마다의 규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중소기업 관련 규제는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정부 지원과 승인 등 포괄적인 지원 중심이었다. 2000년대 초 닷컴버블과 벤처기업 육성 정책 등을 거치면서 '대기업 대 중소기업' 프레임 아래 '보호' 중심의 규제가 본격화했다.
이후 산업이 발전하고 혁신기술을 앞세운 벤처·스타트업이 등장하면서 성장을 제한하는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나 업계 간 '보호'를 명목으로 갈등을 빚으면서 풀어야 할 규제는 산적했다.
대표적으로 산업단지 입주업종 제한이다. 20년째 고질적인 규제로 지목된다. 사양산업의 폐업이 이어지면서 공장은 텅 비었지만, 업종별 입주 허가 기준은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새로운 업종의 진입이 제한되고 있다. 중소기업계에선 관리기본계획을 바꿔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AI 확산으로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 블러(Big Blur)는 가속화 하고 있지만 6개 부처가 8개 영역으로 나눠 관리하는 규제 샌드박스의 한계도 지적된다. 허가 부처가 불분명하거나 심사가 지연되면서 융합 기술 창업의 경우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명 '타다 금지법'이나 '닥터나우 금지법'은 기존 산업과 신산업 간 '보호'와 '성장'이 충돌하고 있다.
업계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규제 개혁은 결코 쉽지 않다. 한쪽을 설득하거나 반대로 강하게 밀어붙여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치권으로만 가면 막힌다. 표를 의식한 표(票)퓰리즘 때문이다.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에는 '만 냥으로 능히 해낼 수 있는 일을, 나랏일 한다는 사람들은 만 가지 계책을 내놓고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소영 장관은 규제 개혁과 성장을 약속했다. 기존 산업이나 관행에 부딪히더라도 현장과 혁신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국가 거대 프로젝트가 소수 기업이 아닌 모두에게 성장의 기회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실천도 시작됐다. 이 장관은 지난달 취임 하루 만에 첫 국무회의에 참석해 3대 메가프로젝트 회의에 중소기업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건의했고, 이재명 대통령의 승낙을 받아냈다.
규제 개혁도 하나씩 짚어 풀어간다면 못할 것이 없다. 다만 새롭게 뜯어고쳐야 할 규제들이 무엇인지 진정한 소통이 선행돼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고 규제를 고친다면 '장님 코끼리 만지기'(群盲撫象 군맹무상)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다니는 '설득의 심리학'에서 권위자의 설득 효과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겨질 때 극대화한다고 했다. 진심 어린 소통은 신뢰를 만든다. 신뢰가 있어야 변화도 가능하다.
밥그릇 싸움보다 당장 내일의 밥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절실하다. 막힌 것을 터서 통하게 하며, 이해하고 상생하는 중소기업계가 되길 바란다.
lil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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