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계 VC, 직접투자 넘어 모펀드로 확장…벤처투자 '큰손' 부상

신한 넥서스 400억·하나 2차 400억 출자…정책출자 연계 민간 매칭자금
자펀드 결성 숨통 트이나…정책출자 GP 쏠림 우려도

벤처투자 활성화·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생산적 금융 대전환 업무협약식2026.4.30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은행계 벤처캐피털(VC)이 스타트업 직접투자에 더해 자펀드에 출자하는 민간 모펀드 운용으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

신한벤처투자와 하나벤처스가 하반기 출자사업을 잇달아 추진하면서 금융지주 계열 자금이 국내 벤처펀드 시장의 새 민간 LP로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신한 넥서스, 최대 11개 GP에 400억 출자 추진

21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벤처투자는 지난달 '신한벤처 넥서스 모펀드 1호' 하반기 출자사업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다. 총출자 한도는 400억 원이다. 일반·소형·LP성장펀드 등 3개 리그에서 최대 11개 펀드 운용사(GP)를 선정한다. 회사는 서류심사와 현장실사, 구술심사를 거쳐 최종 GP를 선정할 예정이다.

일반 리그에서는 300억 원 이상 자펀드를 결성하는 GP 5개사를, 소형 리그에서는 15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 펀드를 조성하는 GP 3개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한국벤처투자 모태펀드 LP성장펀드와 매칭하는 리그에서도 3개 GP를 선정한다. 신한벤처투자는 각 GP와의 개별 협의를 거쳐 출자액을 정할 계획이다.

선정 GP는 펀드 결성금액의 1% 이상을 의무 출자해야 한다. 부득이한 사유가 없으면 최종 선정 뒤 3개월 이내에 자펀드 결성을 완료해야 한다. 정책출자기관에서 앵커 출자를 확보한 뒤 펀드 결성을 추진하는 GP에 민간 매칭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7월 10일 신한은행·신한카드·신한투자증권·신한캐피탈의 공동 출자로 1000억 원 규모 ‘신한벤처 넥서스 모펀드 1호’를 결성했다. 운용은 신한벤처투자가 맡는다.

넥서스 모펀드는 국내 VC가 운용하는 재간접펀드에 출자하고, 여기에 다른 민간자금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신한금융은 이를 통해 총 1조 원 규모 자펀드 조성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주목적 투자 대상은 코넥스시장을 제외한 증권시장 비상장 중소기업 중 혁신성장공동기준 품목을 영위하는 인공지능(AI)·제조·모빌리티·소재·부품·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 관련 기업이다.

하나 2차 400억…'ABCDEF' 제시

하나벤처스는 신한벤처투자보다 앞서 올해 상반기 민간 모펀드 출자사업을 시작했다.

하나벤처스가 운용하는 '하나 모두 성장 K-미래전략산업 벤처 모펀드 2026'은 올해 5월 총 200억 원 규모 1차 출자사업을 공고하고 6월 일반 분야 5개사와 대형 분야 2개사 등 총 7개 GP를 최종 선정했다.

하나벤처스는 지난 7일 총 400억 원 규모의 2차 출자사업을 공고했다. 제안서는 이달 22일 오후 4시까지 이메일로 접수한다.

2차 사업은 일반·대형·LP성장펀드로 나뉜다. 하나벤처스는 일반·대형 분야에서 총 8곳 안팎의 GP를 선정할 계획이다. LP성장펀드는 100억 원 이내를 출자하되 지원·선정 절차는 별도로 공지한다. 2차 출자 규모는 400억 원으로 1차 200억원의 두 배다

일반 분야는 자펀드 결성액 1000억 원 미만, 대형 분야는 1000억 원 이상 펀드를 대상으로 한다. 하나벤처스는 자펀드 결성총액의 10% 이내를 출자하는 구조로 GP도 1% 이상을 의무 출자해야 한다. 1000억 원 이상 펀드를 목표로 하는 대형 트랙 GP는 나머지 자금을 기관·기업·금융회사 등 외부 LP로부터 확보해야 한다.

하나벤처스는 인공지능(AI)·바이오·콘텐츠·방위산업·에너지·제조업 등 이른바 'ABCDEF' 산업 관련 기업을 주목적 투자 대상으로 제시했다. AI를 비롯해 방위산업·에너지·제조업을 투자 대상으로 제시한 만큼, 2차 출자사업 자금이 산업 현장과 결합한 딥테크 분야로 실제 배분될지 주목된다.

LP성장펀드 출범식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금융지주 모펀드로 숨통 vs 특정 펀드 운용사 쏠림 우려

금융지주 계열 모펀드는 정책출자 이후 부족한 민간 매칭자금을 보완해 VC의 펀드 결성을 지원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중기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은 올해 4000억 원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총 8000억 원 규모 민간 벤처 모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하나·KB·신한·우리금융은 모태펀드와 공동으로 1000억 원 규모 LP성장펀드 조성에도 참여한다. 중기부와 한국벤처투자는 민간 3400억 원과 모태펀드 1700억 원을 합친 5100억 원 규모 LP성장펀드 모펀드를 출범시켜 약 1조 원 규모 벤처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정책출자 실적이 있는 일부 GP에 금융지주 자금까지 겹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한벤처투자와 하나벤처스는 한국벤처투자·한국산업은행·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등 정책출자기관 출자사업에 선정돼 앵커 출자를 확보한 펀드를 운용하는 GP를 주요 지원 대상으로 삼는다.

정책출자 심사를 통과한 운용사는 별도 심사를 거쳐 금융지주 계열 매칭자금까지 확보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정책출자 실적과 민간 LP 네트워크가 부족한 신생·소형 운용사는 출자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VC 업계 관계자는 "민간 모펀드가 기존 정책출자 GP의 부족분만 메우는 방식에 그치면 LP 기반을 넓혔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규 기관·기업 LP를 벤처시장에 끌어들이고 신생 GP에도 자금 통로를 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deae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