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포 전·현직 의장들의 10년 회고…"선망받는 창업가 만들어야"
1대 의장 김봉진 "타다, 더 성장했다면 자율주행 앞당겨졌을 것"
김재원 "10년 후 가장 부자면서 사회 기여자, 코스포 출신이길"
- 김민석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창업가들이 많아지면 산업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더 좋아진다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김봉진 그란데클립 대표 겸 우아한형제들 창업자는 9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 S6에서 열린 '코스포 출범 10주년 기념 넥스트 챕터 미디어데이'에서 스타트업 생태계의 다음 과제로 창업가의 사회적 책임을 꼽았다. 규제 해소와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데서 나아가 성공한 창업가가 사회에 기여하고 선순환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취지다.
이날 대담에는 최지영 코스포 대표를 비롯해 박재욱 쏘카·에이펙스모빌리티 대표(3대 의장), 김재원 코스포 의장 겸 엘리스그룹 대표, 김봉진 그란데클립 대표(1대 의장), 한상우 위즈돔 대표(4대 의장)가 참석했다.
김 대표는 "기업가를 좋지 않게 보는 이미지에는 부를 독식한다는 인식도 있다"며 "성공하거나 어느 정도 자리에 오르면 사회를 위해 나누고, 베풀고, 기부하는 창업자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타다 금지법' 사례를 언급하며 "기술과 서비스가 계속 발전해야 그 위에서 다음 산업이 나올 수 있다"며 "타다가 그때 더 잘됐다면 자율주행과 여러 산업도 지금보다 앞서올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코스포는 '콜버스 이슈' 등을 계기로 규제 대응의 필요성을 느낀 창업자들이 모여 출범했다. 초기에는 신산업을 가로막는 규제에 공동 대응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다만 10년이 흐른 지금은 창업가와 스타트업이 사회적 대화 상대이자 책임 있는 주체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논의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김재원 코스포 의장(엘리스그룹 대표)은 외부 환경을 바꾸는 것 못지않게 창업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선망받는 기업가가 누군지 물으면 대기업 총수들이 상위권에 오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창업가가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는 이유를 고민하게 됐다"고 짚었다.
김 의장은 "규제도 바꾸고 외부 환경도 개선해야 하지만 첫 번째로 변해야 할 것은 창업가 자신"이라며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의장은 AI 교과서 이슈 등을 겪으며 개별 기업이 정책 변화에 대응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협회가 정부와 국회에 회원사의 의견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창업가가 정책 소통 방식을 익히는 장이 돼야 한다고 했다.
박재욱 쏘카·에이펙스모빌리티 대표(코스포 3대 의장)도 타다의 급성장이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 시간을 부족하게 했다고 돌아봤다.
박 대표는 그는 "타다가 그때 더 천천히 성장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변화의 속도 안에서 사회를 설득하고 기존 산업과 협업 체계를 만들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고 했다.
그는 제도 변화의 전제 조건으로 창업가의 비전과 소통 능력을 들었다. 박 대표는 "창업자가 풀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새 서비스가 세상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바꿀지를 충분히 설득해야 한다"며 "기존 산업의 파괴자가 아니라 미래를 그리고 기존 산업을 포용하는 주체라는 메시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신산업과 기존 산업의 충돌을 단순한 대립 구도로 다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산업이 탄생하는 과정은 기득권과 신사업의 싸움으로 비춰지기 쉽다"며 "싸움을 붙이기 보단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 그 선택으로 피해를 보는 이들을 어떤 방식으로 보상할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향후 제도 개선 방향으로는 네거티브 규제를 제시했다. 박 대표는 "법에서 허용한 일만 할 수 있게 하는 포지티브 규제 대신 금지하지 않은 시도는 우선 허용하고 사후적으로 제도화하는 방식이 혁신의 토대가 된다"며 "네거티브 규제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상우 위즈돔 대표(4대 의장)는 공정한 시장을 요구하는 스타트업에도 높은 윤리성과 책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스타트업은 보호보다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원한다"며 "다만 시장은 충분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경우가 많다. 기술 탈취와 사업 모방 등에 대한 강한 제재를 요구하면서 스타트업 대표들더 사회적 책임을 함께 높여야 공정 경쟁 요구의 설득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현직 의장들은 코스포의 미래를 놓고는 서로 다른 그림을 제시했다. 김봉진 대표와 박재욱 대표는 창업 생태계가 충분히 성숙해 장기적으로 코스포가 필요 없어지는 상황을 꿈꿨다.
반면 한상우 대표는 코스포 출신 창업가들이 계속 교류하며 사회 혁신을 만드는 '무한 엔진'이 되길 바랐다.
마지막으로 김재원 의장은 "10년 뒤 가장 부자이면서 (사회에) 가장 많이 기여한 사람이 코스포 출신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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