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폭염이 키운 'K-히트펌프'…에어컨보다 뜬 이유
전기화 설비에 정책·보조금 지원…러 가스 의존도 낮추고 탈탄소
소음·외관 규제에도 신청 80%이상 승인…누적 보급량 2930만대
- 김민석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유럽의 기록적 폭염이 냉방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난방·급탕과 냉방을 함께 제공하는 가역식 공기열 히트펌프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히트펌프의 확산 배경은 실외기 설치 규제 등을 피했기 때문이 아니라 가스·기름보일러를 대체하는 건물 난방 전기화 설비로서 받은 보조금·세제 혜택과 탈탄소 정책 지원에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공기열 히트펌프의 외부 유닛은 팬·압축기·열교환기를 금속 케이스에 넣어 외벽이나 지상, 평지붕 등에 설치한다는 점에서 에어컨 실외기와 외관상 유사하다.
공기-물식(air-to-water) 히트펌프(공기대수 히트펌프)는 실외기에서 얻은 열을 난방수와 급탕용 물에 전달하는 설비로, 실내 배관·탱크·제어장치까지 연계해야 한다.
공기열 히트펌프는 외부 공기를 열원으로 사용하는 만큼 외기와 열을 교환할 수 있는 외부 유닛 또는 흡배기 구조가 필요하다. 보일러 대체용 공기-물식 제품은 겨울철 외부 공기에서 얻은 열을 난방수와 급탕용 물에 전달하며, 가역 운전 기능을 갖춘 제품은 냉방 설비와 연계해 여름철 실내 열을 외부로 배출할 수 있다.
냉방 수요 확대가 이어지는 유럽에서 히트펌프는 난방·급탕에 냉방까지 제공하는 건물 에너지 설비로 활용되고 있다.
히트펌프 역시 에어컨 실외기와 마찬가지로 외관 훼손, 소음·진동, 인접 주택과의 이격거리, 공동주택 동의, 역사보존 건축물과 보전지역 규제의 영향을 받는다.
영국의 싱크탱크 네스타가 260개 지방정부의 2015~2026년 히트펌프 인허가 사례를 분석한 결과 허가 불허 사유로는 소음 문제가 43%로 가장 많았다. 설계 정보 부족과 외관 관련 문제도 각각 36%로 나타났다. 다만 전체 신청 건의 80% 이상은 승인됐다.
이처럼 소음·외관·입지 규제를 받는데도 유럽에서 히트펌프 보급이 확대된 배경에는 각국 정부가 보조금·세액공제·저리금융 등으로 초기 설치비 부담을 낮춘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럽의 히트펌프 지원책은 가스·기름보일러 등 화석연료 기반 난방을 전기 기반 설비로 전환하고 건물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러시아산 가스를 포함한 수입 천연가스와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려는 에너지 안보 목적도 함께 반영됐다.
유럽연합(EU)은 올해 7월 발표한 전기화 행동계획에서 히트펌프 등 전기 기반 청정기술의 보급을 촉진하고, 태양광·저장장치·전력망 확충과 전기·가스 가격 격차 완화, 전력망 요금·세제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히트펌프를 단순 냉방기기가 아니라 건물 난방의 탈탄소화와 수입 화석연료 의존도 완화를 위한 핵심 전기화 수단으로 보고 있다.
유럽히트펌프협회(EHPA)에 따르면 2025년 유럽 21개국의 히트펌프 판매량은 약 290만 대로 전년보다 13% 증가했다. 이들 국가의 누적 보급 대수는 2930만 대다. 2023년~2024년 금리 상승과 보조금 축소,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주춤했던 시장이 다시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은 일정한 설치 위치·제품 크기·소음 기준을 충족하는 주거용 공기열 히트펌프를 허용개발 대상으로 인정해 별도 계획허가 신청을 면제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영국 리버풀에 히트펌프(국내명 공기열 보일러) 'PEM750'을 설치하며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광주사업장 제2캠퍼스에 2132㎡ 규모의 'EHS 히트펌프 보일러'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지난달 19일부터 시험생산에 들어갔다. LG전자도 유럽 냉난방공조 시장을 겨냥해 히트펌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히트펌프 시장의 경쟁력은 실외기 외관보다 가스보일러를 안정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성능과 현지 설치·인증·사후관리 역량에 달려 있다"며 "국내 기업도 제품 효율뿐 아니라 국가별 보조금 요건과 시공 기준, 서비스망을 함께 확보해야 장기 경쟁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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