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노동계 "대형마트 새벽배송, 도심 물류 거점화…골목상권 타격"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가 우선…유통법 개정 중단해야"

2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 앞에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추진 강행 규탄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 제공)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둘러싸고 중소상인과 마트 노동자, 시민사회단체가 정부·여당을 향해 "골목상권과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규제 완화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 총연합회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한국마트협회, 마트산업노동조합 등은 2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의 심야영업 제한 완화와 새벽배송 허용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에 △대형마트의 시간제한 없는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중단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방지법 제정 △복합쇼핑몰·아울렛 등을 포함한 실효성 있는 지역상권 보호대책 마련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고려한 심야·새벽배송 확대 논의 중단 등을 요구했다.

대책위 "도심 대형마트 물류거점으로 만들 것…자영업자 사지로 내몰아"

방기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 총연합회 회장 겸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저지 대책위 공동대표는 "정부가 추진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수백만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를 사지로 내모는 잘못된 처방"이라고 강조했다.

방 회장은 "지금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은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거대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이라며 "정부가 이 핵심 문제는 방치한 채 대형마트 규제 완화로 상황을 덮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대형마트의 도심 물류기지화가 골목상권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의무휴업일과 심야 시간까지 배송이 허용되면 전국 요지에 있는 대형마트 점포들이 24시간 퀵커머스 물류 거점이 될 것"이라며 "골목상권이 버텨온 마지막 경쟁력인 가까운 거리와 즉시성마저 대기업에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연맹 "배달 저절로 되는 것 아냐…쿠팡에 면죄부 주는 일"

김광창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 겸 공동대표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확대가 노동자의 심야·새벽노동을 늘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대형마트의 상품이 저절로 새벽에 소비자의 문 앞까지 가지 않는다"며 "누군가는 밤새 상품을 피킹하고 포장하고 분류하고, 누군가는 상하차를 하고 새벽배송 차량을 운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의 편리함만이 절대가치가 아니다"라며 "노동자의 밤과 휴식, 건강과 생명을 희생시키는 것을 혁신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허용할 경우 현재는 쿠팡이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는 지위를 경쟁체제로 만들어 택배노동자의 노동 강도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쿠팡에 면죄부를 주고, 노동자의 생명과 소상공인의 생존을 죽이는 길로만 가는 폭주기관차 같다"며 "쿠팡을 견제하기 위해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풀어주는 일을 저질러선 안 된다"고 요구했다.

"플랫폼 독과점 규제·골목상권 보호가 먼저"

박용만 한국마트협회 회장은 대형마트 규제 완화보다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와 골목상권 보호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지난 코로나 감염병 정국과 소비위축 국면에서도 우리 동네마트와 슈퍼, 정육점, 반찬가게, 전통시장 상인들은 지역경제와 서민물가를 지켜왔다"며 "대형마트는 20여년간 문어발식 확장으로 골목상권을 파괴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유통 시장은 전체 시장에서 20%도 안 되는 비율로 무너져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대형마트 규제 완화가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와 골목상권 보호, 중소상공인 지원 확대를 통한 건강한 유통생태계 구축"이라고 밝혔다.

이연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도 정부가 대형마트 규제 완화에 앞서 야간노동 문제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간사는 "새벽배송, 당일배송, 총알배송은 익숙하고 편리하지만 사실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맞바꾼 서비스"라며 "노동자와 소상공인을 살리는 길을 외면하고 유통재벌의 편의를 위해 민생경제를 희생시키는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부와 중기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하면서 정작 중요한 당사자는 배제하고 소수 단체의 의견을 일반화해 논의를 추진하고 있다"며 "일부 단체의 상생안을 전체 상인의 뜻으로 둔갑시키지 말라"고 촉구했다.

stop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