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0억 홈플러스 피해 지원금, 4.4% 집행…"대출 갚을 여력 없어"
긴급 유동성 지원 정책 마련했으나 집행 예정 포함 197억 수준
지원 문턱 낮췄지만 대출 부담 호소…폐점업체 재창업 지원 요구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정부가 홈플러스 사태로 피해를 입은 중소 협력업체와 입점 소상공인을 위해 4400억 원 규모 긴급 자금 지원에 나섰지만 실제 지원 실적은 2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금리와 대출 한도, 지원 요건 등을 완화하며 자금 공급 문턱을 낮췄지만 현장에서는 매출 감소와 기존 부채로 추가 대출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폐점 예정 점포의 경우 대출보다는 재창업 등 상황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기술보증기금(기보)을 통해 홈플러스 피해 업체에 실제 집행된 정책자금·보증은 총 144억 원이다.
소진공을 통한 지원이 294건, 109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중진공은 3건에 10억 원을 집행했고 기보는 7건, 25억 원의 보증을 공급했다. 중진공에서 지원 승인을 받아 집행을 앞둔 16건(53억 원)까지 더해도 지원 규모는 총 197억 원(4.47%)이다.
정부는 지난달 홈플러스를 주요 거래처로 둔 중소 협력업체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총 4400억 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소진공·중진공 긴급경영안정자금 900억 원과 신용보증기금(신보)·기보 특례보증 3500억 원으로 구성됐다.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한도를 기존 7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확대하고 금리를 0.5%포인트(p) 낮췄다. 중소기업에는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이 10% 이상 감소해야 하는 기존 경영애로 요건을 예외 적용하는 등 지원 문턱도 낮췄다.
정부가 지원 규모를 늘리고 요건까지 완화한 것은 홈플러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협력·입점업체의 자금난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6월 홈플러스 협력업체 15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업체당 평균 미정산금은 7억 7000만 원에 달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1일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 취소 이후 이달 13일 전국 67개 핵심 점포의 영업을 재개했다. 카드사의 신용판매대금 지급보류 조치도 해제됐지만 다음 달 4일 회생계획안 가결 기일을 앞두고 있어 미정산금 회수와 추가 폐점·영업 중단 가능성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정부가 지원 문턱을 낮췄는데도 실제 집행이 빠르게 늘지 않는 배경에는 피해업체들이 처한 재무 상황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정책자금 역시 결국 갚아야 할 '빚'인 만큼 매출이 줄고 기존 부채까지 안고 있는 업체에는 추가 대출 자체가 부담될 수 있어서다.
현장에서는 금융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홈플러스 폐점 예정 점포 중 한 곳인 부산 센텀시티점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원수정 씨는 "4년 정도 하신 분들은 시설비 1억 6000만 원을 준비해서 밖에 나가야 한다"며 "변호사하고 얘기해도 도와줄 부분이 없다고 한다. 대출도 중요한데 갚을 여력이 안 된다"고 호소했다.
입점 업체들은 폐점 예정 점포와 영업을 이어가는 점포의 상황이 다른 만큼 지원책도 세분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병국 홈플러스 입점점주협의회 회장은 "37개 점포는 단계적으로 폐점을 할 예정"이라며 "폐점 점포와 그렇지 않은 점포를 구분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38년까지 대출 상환을 하는 것은 조그마한 자영업자들에게는 감당이 안 되는 얘기"라며 "재난에 준하는 상황인 만큼 고정금리를 적용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결국 대출과 보증 중심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영업을 이어가는 업체에는 매출·판로 회복이, 폐점을 앞둔 업체에는 재창업과 사업전환 등 상황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도 금융지원과 함께 폐업을 원하는 업체에는 희망리턴패키지를 통한 점포철거비와 법률 자문, 취업·재창업 등을 연계하고 있다. 중기부는 지원 실적과 현장 애로를 지속해서 점검해 추가 지원 필요성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홈플러스 납품, 입점업체와 관련해 지속해서 관심을 갖고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며 "관계 부처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은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전달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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