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멈춘 전통시장 '냉방 사각지대'…"기후변화 맞는 시설 개선해야"
집합건물형 시장 3곳 중 1곳 냉방시설 없어…전체 설치율 28.9%
전문가들 "폭염의 일상화 뚜렷…시설·전기료 지원 확대해야"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이동식 냉풍기와 증발냉방장치(쿨링포그) 등 폭염 대응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냉방시설 설치가 가능한 집합건물형 시장에서도 3곳 중 1곳은 냉방시설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상형과 골목형 시장은 구조적으로 중앙 냉방시설 설치가 어려워 시장 유형에 맞는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국가데이터처와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집합건물형 전통시장 622곳 가운데 냉방시설이 설치된 곳은 405곳(65.1%)이다. 냉방설비를 설치하기 비교적 쉬운 집합건물형 시장에서도 217곳은 냉방시설 없이 운영되고 있다.
전체 전통시장으로 범위를 넓히면 냉방 인프라 보급률은 더 낮아진다. 2024년 기준 전국 전통시장 1403곳 가운데 냉방시설을 갖춘 시장은 405곳(28.9%)에 그쳤다. 전체 시장 기준으로는 냉방시설 설치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다만 이 수치에는 노상형과 골목형 시장도 포함된다. 이들 시장은 구조적으로 중앙 냉방시설 설치가 어려워 집합건물형과 같은 방식의 지원이 쉽지 않다. 대신 이동식 냉풍기와 쿨링포그, 차광시설 등 시장 특성에 맞는 폭염 대응이 요구된다.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시장 현장에서는 상인뿐 아니라 방문객들의 발길도 줄고 있다. 한낮 체감온도가 35도를 웃도는 날이 이어지면서 상인들은 매출 감소와 냉방비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호소한다.
실제 뉴스1이 3일 찾은 한 전통시장 상인은 "낮에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고 냉장고와 선풍기를 계속 틀다 보니 전기요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며 "폭염이 길어질수록 장사하기가 더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도 폭염 피해 최소화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함께 '전통시장 안전지킴이'를 운영하며 폭염과 화재, 수해 등 재난 상황을 상시 점검하고 있다.
올해는 전통시장 냉방설비 지원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전국 10개 시장, 1013개 점포를 대상으로 총 26억 원을 투입해 냉방설비 설치를 지원하고 있으며, 개별 점포에는 이동식 냉풍기와 재해예방시설 등을 지원하고 있다. 폭염 저감 효과가 있는 쿨링포그 설치와 상인 대상 폭염 예방키트 보급도 함께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이병권 중기부 2차관이 쿨링포그 설치 예정 시장을 찾아 설치 현장을 점검하고 상인들과 간담회를 열어 폭염 대응과 화재 복구 현황, 현장 애로사항 등을 청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폭염이 일상화되는 속도에 비해 지원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노상형 시장은 중앙 냉방시설 설치가 어려운 만큼 이동식 냉방기기와 차광시설 등 보다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최근 양산의 경우 4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상인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며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상인들은 얼음과 아이스박스 사용이 늘고 냉장고를 하루 종일 가동하면서 전기요금 부담도 커지는 만큼 폭염 기간에는 전기요금 바우처 등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충환 전국상인연합회장은 "폭염이 일상이 된 만큼 전통시장도 기후변화에 맞는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며 "쿨링포그 같은 단기 대책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폭염 대응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사업이 추진되다 보니 지역별 지원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며 "폭염 대응은 국가적 과제인 만큼 중앙정부가 재정 지원을 확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속해서 협력하며 폭염 취약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며 "시장 특성에 맞는 폭염 대응시설과 안전 지원을 강화해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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