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골목에 사람이 없어요"…역대급 폭염에 전통시장도 멈췄다

낮 시간 손님 끊기고 휴가철 비수기까지…상인들 "매출보다 전기료 걱정"
소상공인·전통시장 8월 전망 BSI 동반 하락…"오픈형 시장 대응 지원 필요"

역대급 폭염으로 인해 한산한 3일 서울 목동깨비시장의 모습. ⓒ뉴스1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진짜 덥다 더워. 날씨가 너무 더우니까 사람이 안 와요.

3일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진열대 위 생선에 연신 얼음을 들이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낮 기온이 37도까지 치솟자 시장을 오가는 손님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평소라면 장을 보러 나온 주민들로 북적였을 시간이지만 일부 점포 앞은 한산했고, 무더위를 피해 휴가를 떠나며 문을 닫은 상점도 곳곳에 보였다.

김 씨는 "날씨가 더우면 생선 선도를 유지하려고 얼음도 더 많이 쓰고 냉장고도 계속 돌려야 한다"며 "손님은 줄었는데 전기료와 관리비는 더 들어가니 남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오후 장사는 사실상 멈췄다"…폭염에 유동 인구 '뚝'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여름철은 대학가나 주거지역 상권을 중심으로 통상 비수기로 꼽히는데, 올해는 장기간 이어진 무더위로 소비자들이 외출까지 줄이면서 상인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이 더 커졌다는 반응이다.

이날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입을 모아 "사람이 줄었다"고 말했다. 오전에는 장을 보러 나온 주민들이 일부 있지만 기온이 크게 오르는 점심 이후부터는 시장을 찾는 발길이 눈에 띄게 끊긴다는 설명이다.

한 식료품점 상인은 "안 그래도 휴가철에는 동네를 비우는 사람이 많아 장사가 잘 안 되는데 올해는 더위까지 심해 오후 장사는 사실상 멈췄다"며 "하루 매출이 평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날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냉방비와 상품 관리 비용은 늘고 있다. 냉방시설이 갖춰진 점포는 에어컨을 장시간 가동해야 하고 생선이나 육류, 반찬 등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상인은 냉장고와 냉동고를 평소보다 더 강하게 돌려야 한다.

다른 상인은 "손님이 없어도 물건이 상하지 않게 냉장시설은 계속 가동해야 한다"며 "매출은 줄고 전기료만 늘어나는 구조라 장사를 계속해야 할지 걱정하는 상인이 많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의 구매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시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너무 더운 날에는 장을 보러 나오기보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시장에 오더라도 필요한 물건만 빨리 사고 집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양동 양동시장에서 폭염 속 상인들이 선풍기를 틀며 음식 준비를 하고 있다. 2026.7.22 ⓒ 뉴스1 조수민 기자
8월 경기 전망도 악화…매출·고객·자금 사정 모두 하락

현장의 위축된 분위기는 경기전망 지표에서도 드러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2026년 7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BSI)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8월 전망 BSI는 71.0으로 전월 전망치인 77.3보다 6.3p 하락했다. 전통시장도 같은 기간 70.7에서 66.5로 4.2p 떨어졌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이를 밑돌면 경기가 전월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는 응답이 더 많다는 의미다.

세부 항목에서도 소비 위축 우려가 뚜렷했다. 소상공인의 8월 판매실적 전망은 전월보다 6.0p, 구매 고객 수는 6.4p, 자금 사정은 5.1p 각각 하락했다. 반면 비용상황 전망은 0.3p 상승해 매출과 고객은 줄어드는 가운데 경영비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전통시장도 판매실적과 구매 고객 수 전망이 각각 4.4p 하락했고 자금 사정 전망은 5.8p 떨어졌다. 비용상황 전망은 1.3p 상승했다.

소상공인들은 8월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보는 이유로 경기 악화(57.5%)와 계절적 비수기(47.5%), 매출 감소(35.2%)를 꼽았다. 전통시장 역시 경기 악화와 비수기, 매출 감소를 주요 부담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미 7월 체감경기도 크게 나빠졌다. 소상공인의 7월 체감 BSI는 55.6으로 전월보다 8.0p 하락했고 전통시장은 50.5로 9.3p 떨어졌다. 특히 전통시장은 판매실적이 9.4p, 구매 고객 수가 9.2p, 자금 사정이 8.6p 각각 하락했다.

경북 포항시 전역에 폭염특보가 발령된 22일 오전 경북 포항시 항구동 제빙공장에서 한 상인이 죽도시장 어물전에 판매할 얼음을 화물차에 싣고 있다. 2026.7.22 ⓒ 뉴스1 최창호 기자
"계절적 비수기 넘어선 상황"…전기료 바우처 등 맞춤 지원 필요

업계에서는 여름철 비수기라는 계절적 요인만으로 현재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폭염까지 장기화하면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감당해야 할 충격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은 "대학가나 주거 밀집 지역은 방학과 휴가철이 비수기인 반면 휴양지는 성수기인 것처럼 상권마다 특수성이 다르다"면서도 "전통시장은 휴가철이라는 계절적 변수에 폭염이 더해지며 오픈된 공간이 가진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케이드나 냉방시설이 부족한 개방형 전통시장은 폭염에 더욱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들이 장시간 시장에 머물기 어려운 데다 상인들도 고온에 노출된 채 영업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 본부장은 "해외 전통시장 중에는 아침 일찍 문을 열고 오후 3시 전에 영업을 마치는 등 폭염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며 "기존 영업 방식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지만 기후 상황에 맞는 운영 방식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폭염을 재난 수준으로 보고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 본부장은 "지금은 통상적인 계절적 비수기를 넘어 폭염의 영향이 극대화된 상황"이라며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점포는 얼음과 아이스박스 사용이 늘고 냉장고도 계속 가동해야 해 전기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폭염 기간에는 냉방비나 전기료 바우처를 지원하는 등 시기와 업종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다"며 "경기 침체와 폭염이 겹친 만큼 내수 활성화 대책과 함께 전통시장 상인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21일 서울의 상권거리에 설치된 전기계량기. 2026.6.21 ⓒ 뉴스1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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