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값만 한 달에 10만원 더 들어요"…수급 불안정에 소상공인 한숨

AI에 폭염까지 공급 회복 지연…연말까지 가격 강세 예상
"수입 계란 공급 지속 증가시 국내 계란 산업 위축 우려"

계란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며 제과·제빵과 김밥, 분식, 카페 등 계란 사용 비중이 높은 소상공인들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2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계란 진열대에서 소비자가 계란을 고르고 있다. 2026.7.20 ⓒ 뉴스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예전에는 계란 한 판이 7000원대였는데 요즘은 8800원에 들여옵니다. 재료비 중에 계란값만 한 달에 10만원이 올랐어요.

정부가 수입 계란까지 확보하며 가격 안정에 나서고 있지만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높은 계란값을 체감하고 있다. 올해 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공급 회복이 더딘 데다 폭염으로 산란율까지 떨어지면서 계란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21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특란 10구 전국 평균 소매 가격은 4230원(20일 기준)으로 지난해 7월(3844원)보다 10.04% 상승했다. 평년 동월(3587원)과 비교하면 18%(17.92%) 가까이 상승한 수준이다.

특히 계란을 주재료로 하는 외식업종 소상공인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재룟값은 올랐지만 이를 소비자가에 곧바로 반영하기 어려워 마진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50대 이 모 씨는 "요즘 계란값이 정말 많이 올랐다"며 "예전에는 30구 한 판을 도매가로 7200~7500원 정도에 샀는데 최근에는 8800원 정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주일에 계란을 15판 정도 사용하는데 한 달로 치면 달걀만 10만 원 이상 재료비가 늘어난 셈"이라며 "정부가 수량을 더 푼다고는 하는데 가격이 내려간 건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김연화(39) 씨도 "우리 가게엔 피낭시에나 마들렌처럼 계란이 많이 들어가는 빵이 많은데 요즘 계란 가격이 너무 올랐다"며 "재룟값이 오른다고 빵값을 바로 올리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연일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는 10일 오전 전남 나주시 세지면의 한 양계장에서 직원이 폐사한 닭을 정리하고 있다. 2025.7.10 ⓒ 뉴스1 이승현 기자

계란값은 올해 초 고병원성 AI 확산으로 산란계가 대규모 살처분되면서 공급이 감소하자 치솟기 시작했다. 산란계를 키운 뒤 계란을 생산하기까지 단기간에 생산량을 회복하기 어려워 소상공인에 공급되는 납품단가 또한 낮추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올해 1~2월 조류인플루엔자로 산란계가 대규모 처분되면서 공급 자체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산란계가 클 때까지 6개월 정도가 걸리고 본격적으로 산란에 가담하게 될 때까지 또 6개월이 걸린다. 최소 11~12개월이 걸리니 올해 연말까지는 공급이 안 풀리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름철 폭염도 계란 생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위 스트레스를 받은 산란계는 산란량이 줄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계란을 생산하는 경우가 늘어 계절적 요인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는 가격 안정을 위해 미국과 태국, 브라질 등에서 신선란을 수입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국내 계란 산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류 위원은 "수입 계란은 단기적으로 가격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수입이 일상화되면 국내 계란 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국내 계란 자급률은 99% 수준인데 수입이 계속되면 국내 생산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근본적인 수급 안정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top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