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쇼크·친환경 규제에 제지업계, 설비 투자 속도…"정책 일관성 중요"

재활용의무율·분담금 인상에 EU 규제도 현실화…종이포장재 부상
포장재 대체 문의 급증에도 수요·정책 변수에 대규모투자 신중

마스크팩 시트 등에 적용 가능한 친환경 부직포 ⓒ News1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중동발 '나프타(납사) 쇼크'와 플라스틱 규제가 겹치면서 제지업계가 친환경 포장 설비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비용 부담과 수요·정책 변수 탓에 '기회와 리스크'가 공존하는 양상이다.

'탈플라스틱 정책 패키지'에 'EU PPWR·CBAM' 규제까지

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유럽연합(EU)의 포장·재활용 규제가 잇달아 강화된 데 이어 나프타 수급 차질로 에틸렌·폴리프로필렌(PP)·폴리에틸렌(PE) 등 플라스틱·비닐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종이 포장재가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1월 시행된 '제품·포장재별 재활용의무율 고시'에 이어 최근 관련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포장재 재활용 의무율과 분담금 단가가 일제히 조정됐다. 이에 종이·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는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이전보다 늘었다.

정부는 재생원료 사용 의무제와 폐플라스틱 재활용 원료 사용 시 의무량 감경 등을 묶은 ‘탈플라스틱 정책 패키지’를 본격 가동하고,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고도화 방안도 예고했다.

여기에 EU 규제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정(PPWR)이 2025년 발효된 데 이어 올해 8월부터 단계 적용되면서 EU 수출 기업은 포장 최소화와 재활용성 확보, 재생원료 최소 함량 충족 등 포장 설계를 전반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비용 부담 단계에 진입했다. 기업들은 CBAM과 PPWR이라는 '이중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포장재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성과 재생원료 비율을 반영해 계산하는 작업에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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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 쇼크에 따른 플라스틱 수지 가격 급등도 종이 포장재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최근 국제 나프타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나프타를 원료로 한 에틸렌·프로필렌 등의 공급이 줄면서 PVC, MMA 등 파생 소재 수급까지 흔들리는 탓에 가격 하방 압력은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이 여파로 식품·유통·생활용품 업계를 중심으로 기존 비닐·플라스틱 포장재를 종이 소재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주요 종이 포장재 기업에 따르면 최근 종이 포장재로 대체 문의가 30~40%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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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포장 설비 투자 속도…대규모 증설에는 신중

제지업계는 이 같은 흐름을 계기로 에너지 효율화와 자동화 설비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친환경 종이 기반 신소재와 특수지, 포장 설루션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해 친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동시에 지속 성장의 발판을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비용 부담과 투자 회수 불확실성, 정책 변수 등을 고려해 대규모 투자와 증설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플라스틱 가격이 안정을 찾게 되면 종이 포장재는 일반 플라스틱 대비 최소 5~10% 이상 가격이 높고 아직은 생산 여력도 충분하지 않아 '투자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종이 포장재를 도입한 기업도 추후 경제성을 이유로 플라스틱·비닐 포장재로 회귀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국제 펄프 가격과 물류비, 인건비 상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설비 투자 비용을 단기간에 회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도 깔려 있다.

제지 기업들은 정책 일관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종이 빨대 확산 이후 환경성 평가와 소비자 반응 변화로 시장이 급변하면서 일부 기업이 설비와 재고 부담을 떠안았던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들은 "나프타 쇼크와 규제 강화라는 특수 요인이 맞물려 종이·재생 포장재가 부각되고 있지만, 원료 가격이 안정되면 결국 단가와 품질, 공급 안정성이 다시 핵심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며 "기업이 안심하고 설비와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예측 가능한 친환경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deae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