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호황 속 씨앗 빙하기"…'딜 가뭄'에 AI·딥테크만 생존
상반기 7.8조 연간실적 웃돌아…시드·시리즈A 딜 건수는 감소
100억 이상 빅딜 비중 71.8%…될성부른 기업 몰아주기 심화
- 김민석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올해 상반기 국내 스타트업 투자 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급증하며 상반기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다만 인공지능(AI)·로보틱스·반도체 등 딥테크 관련 후기 라운드와 대형 딜에 자금이 쏠리며 초기·비(非)딥테크 영역에서는 '딜 가뭄'과 '창업 빙하기' 진단이 나오는 국면이다.
6일 더브이씨(The VC·한국 비상장 스타트업·중소기업 투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 스타트업·중소기업 누적 투자 금액은 7조 8005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6조 9358억 원)을 웃돌았다. 2분기 기준 투자 건수는 282건, 투자 금액은 5조 6271억 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투자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5.4% 줄었지만 금액은 204.7% 급증했다. 두나무의 대규모 구주 인수 거래(2조 2160억 원)를 제외하더라도 누적액은 5조 56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수준이다.
그러나 창업 현장의 체감은 다르다. 상반기 기준 시드~시리즈A 등 초기 라운드 투자 건수는 368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6.9% 감소했다. 반면 시리즈B~C 중기 라운드와 시리즈D~프리IPO 후기 라운드 투자 건수는 각각 14.3%, 83.8% 늘며 일부 대형 딜에만 자금이 몰렸다.
상반기 스타트업 투자 자금이 하드웨어 기반 딥테크 스타트업과 후기 라운드에 집중되며 선별 투자 기조가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생성형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 AI 반도체 스타트업 엑시나·디노티시아,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홀리데이로보틱스가 잇달아 900억~1000억 원 이상 대형 라운드를 성사시키며 쏠림을 이끌었다. 업스테이지는 1800억 원을 유치하며 '유니콘'에 올랐다. 홀리데이로보틱스는 시리즈A에서 1500억 원을 끌어모으며 설립 2년 만에 유니콘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 상반기 AI·로보틱스 분야 투자액은 2조 68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5.2% 급증했다.
초기 라운드 내에서도 자금은 소수에게만 집중되고 있다. 초기 투자금 중 100억 원 이상 딜 비중은 지난해 49.0%에서 올해 71.8%로 뛰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시드에 10억~20억 원을 나눠 넣었다면 지금은 심사 기준을 한층 높여 그 돈을 한두 팀에 100억원 단위로 몰아주는 쪽으로 바뀌었다"며 "대형 딜과 AI·로보틱스를 비롯한 딥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선별적 투자 기조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술 검증과 레퍼런스 확보, 고객사와의 실제 프로젝트 경험이 없으면 성장 스토리만으로는 더 이상 투자를 받기 힘든 시장"이라며 "기업공개(IPO)·인수합병(M&A) 등 엑시트까지 한 번 완주해 본 팀에 자금이 중첩해서 쌓이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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