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침체 직격탄' 빚으로 버티는 자영업자…대출 1095조 '사상 최대'

연체액도 첫 22조 돌파…폐업 소상공인 10명 중 7명은 빚 안고 퇴장
업계 "97만 폐업도 여전히 심각…내수 회복·사회안전망 강화 시급"

4일 서울 시내 한 술집으로 운영했던 가게에 임대 문구가 붙어 있다. 2026.2.4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들의 금융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 금융권 대출은 1100조 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연체액도 처음으로 22조 원을 넘어섰다.

폐업 사업자는 지난해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100만 명에 육박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상당수 자영업자가 대출을 안은 채 사업을 접거나 빚으로 영업을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내수 회복과 금융 부담 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한국은행이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의 금융권 대출 잔액은 1095조 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2조 6000억 원 늘어난 규모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다. 자영업자 대출은 2022년 처음 1000조 원을 넘어선 이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체 지표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 연체액은 22조 3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 원 증가했고, 연체율은 1.86%에서 2.04%로 상승했다.

특히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12.79%까지 치솟았고 카드·캐피털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연체율도 3.98%를 기록하는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자영업자 대출금리가 0.25%포인트만 상승해도 연간 이자 부담이 약 1조 8000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했다. 차주 1인당 평균 이자 부담은 56만 원 증가하며 다중채무자의 경우 연간 이자 부담이 1조 1000억 원, 1인당 부담은 65만 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부채 부담이 커지는 것은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상당수 자영업자가 대출에 의존해 영업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5년 소상공인 폐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사업자는 97만 6000개로 전년(100만 8000개)보다 소폭 감소했다. 다만 폐업 사유의 70.9%는 수익성 악화와 매출 부진이었으며, 매출 감소 원인으로는 '내수 부진에 따른 고객 감소'가 62.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폐업 과정에서도 금융 부담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폐업 소상공인의 68.5%는 폐업 당시에도 부채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평균 부채 규모는 8531만 원이었다. 폐업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는 '대출금 상환'이 45.5%로 가장 많이 꼽혔다.

서울 시내 한 식당가에 폐업한 가게의 물건이 쌓여 있다. 2025.2.25 ⓒ 뉴스1 김도우 기자

사업을 접은 이후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폐업 후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가계 생계비 부족이 꼽혔고, 채무 부담과 재취업·재창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폐업이 끝이 아니라 금융 부담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폐업 규모가 소폭 줄었지만 상당수 자영업자가 폐업 대신 대출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금융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은 "폐업 사업자가 97만 명대로 줄었지만 여전히 100만 명에 육박하는 만큼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며 "내수 부진과 디지털 전환에 적응하지 못한 고령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희망리턴패키지 지원 현실화, 고용보험 가입 확대 등을 추진하고, 나아가 내수 회복에도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폐업 소상공인의 재기를 위한 안전망 강화에 나서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지난해 10월 '소상공인 회복 및 재기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경영위기 진단부터 폐업, 재창업·취업까지 이어지는 단계별 지원체계를 운영 중이다.

우선 매출과 채무, 고정비 데이터를 활용해 경영위기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정책금융기관과 17개 시중은행을 통해 '위기 알림톡'을 10만건 이상 발송했다. 경영개선과 채무조정 상담도 5000건 이상 지원했다.

폐업 소상공인에게는 희망리턴패키지를 통해 점포 철거비와 사업정리 컨설팅, 법률 자문 등을 제공하고 있다. 점포 철거비 지원 한도는 기존 400만 원에서 최대 600만 원으로 확대했으며, 정책자금 분할 상환과 부실채권 정리, 개인회생 지원 등 채무 부담 완화 방안도 함께 추진 중이다.

재창업을 희망하는 소상공인에게는 최대 2000만 원의 사업화 자금과 전문가 멘토링을, 취업 희망자에게는 맞춤형 교육과 최대 100만 원의 전직장려수당을 지원하고 있다.

중기부는 오는 9월 폐업 이후 취업·재창업 경로를 분석한 첫 통계를 발표하고, 2027년부터는 폐업 현황과 재기 경로를 통합한 통계를 매년 정례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폐업 소상공인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위기 진단부터 폐업, 재창업·취업까지 단계별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며 "내수 회복과 함께 재기 지원, 사회안전망 확충에도 지속해서 힘쓰겠다"고 말했다.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상인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2024.12.23 ⓒ 뉴스1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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