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로고까지 믿었는데"…정책자금 사기 브로커 주의

공공기관 CI 도용·위조 보증서까지…정책자금 사기 수법 진화
보험 가입 강요도 적발…"제3자 부당개입 피해 신고 잇따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최근 정책자금 사기 브로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뉴스1 DB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정부 로고가 붙어 있어 믿었는데 결국 계약금만 떼였습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노린 정책자금 불법 브로커의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 명의를 도용하거나 정책금융기관 서류를 위조하는 것은 물론, 정책자금 알선을 미끼로 보험 가입까지 요구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29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 19일까지 '불법브로커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제3자 부당개입 신고는 총 482건이다. 이 가운데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사례는 8건, 금융감독원으로 이첩한 사례는 1건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정부와 공공기관을 사칭한 대출 알선 사기다.

한 업체는 정부 로고와 공공기관 CI를 무단으로 사용하며 정책자금 대출을 성사시켜 주겠다고 홍보했다. 이후 대출 진행을 명목으로 계약금과 착수금을 받은 뒤 실제 대출은 이뤄지지 않았고 업체는 연락을 끊었다.

피해자는 불법브로커 신고센터에 신고했고, 정책금융기관은 녹취파일과 대화 내용 등을 확보해 부정경쟁방지법 및 형법상 사기 혐의 여부를 검토한 뒤 수사기관에 사건을 넘겼다. 동일 업체와 관련한 신고도 여러 건 접수되면서 추가 피해 우려도 제기됐다.

정책금융기관을 직접 사칭한 사례도 있었다.

브로커는 대출거래 약정서와 신용보증서를 위조해 실제 정책금융기관이 발급한 서류인 것처럼 피해자를 속인 뒤 금품을 요구했다. 담당 기관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위조된 약정서, 신용보증서 등을 확보해 공문서위조와 위조문서 행사, 사기미수 등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한 뒤 수사를 의뢰했다.

정책자금을 미끼로 보험 가입을 강요한 사례도 적발됐다.

보험설계사가 "정책자금 컨설팅을 해주겠다"며 접근한 뒤 그 대가로 보험 가입을 요구한 것이다. 중기부는 이를 제3자 부당개입 사례로 판단해 금융감독원에 이첩했다. 해당 행위는 보험 모집 과정에서 부당한 거래를 금지한 보험업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부는 이 같은 피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관련 법제화도 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에 관한 법률과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허위 서류 작성·제출 유도, 거짓·과장 광고를 통한 정책자금 알선, 과도한 자문 수수료 요구 등을 제3자 부당개입 행위로 명확히 규정하고 금지·처벌 규정을 신설할 계획이다.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3자 부당개입 문제해결 TF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4.10 ⓒ 뉴스1

현재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에는 부당개입 유형에 따라 최대 징역 5년 또는 벌금 5000만 원을 부과하는 내용도 담겼다.

법 개정 전까지는 신고 활성화와 피해 예방에도 나선다. 중기부에 따르면 정책자금 불법 브로커는 정책자금 신청이 집중되는 연초와 연말에 주로 활동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사전에 피해를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9일부터 한 달간 '제3자 부당개입 근절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하고, 온오프라인 홍보를 통해 대표적인 피해 사례와 신고 방법을 집중적으로 안내할 계획이다.

집중신고기간에는 정책자금 신청 과정에서 제3자 부당개입 사실을 자진 신고한 경우 적극 가담자라도 참여 제한과 약정 해지를 면제하는 등 자진 신고 유인책을 확대한다. 신고포상금도 기존 소액포상금 40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인상해 신고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중기부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부당개입 행위 조사 권한과 신고자 보호, 신고포상금 지급 근거 등을 마련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정부나 정책금융기관은 정책자금 지원을 조건으로 계약금이나 착수금, 보험 가입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정책자금 신청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요구를 받으면 즉시 신고센터를 통해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alexe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