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가 뿌린 씨앗, 열매는 VC가 딴다"…후속투자 규제에 AC→VC 가속
딥테크·스타 창업자 몰아주기 투자 토양에 '씨앗 뿌리기' 한계
벤처투자 전년比 2배 증가에도 극초기 10%감소…AC 본업 약화 우려
- 김민석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벤처투자 호황 속에서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AC·창업기획자)들이 벤처캐피털(VC)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설립 3년 이내 기업에 펀드의 40% 이상을 의무 투자해야 하는 현행 규제 탓에 초기 투자에만 묶여 있는 기존 사업 모델로는 '딥테크'와 '피지컬 AI' 중심으로 재편된 벤처투자 시장에서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AC는 VC 라이선스를 취득하거나 사모펀드(PE) 운용사와의 제휴에 나서며 시드 투자부터 프리 IPO에 이르는 '투자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플레이어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비상장 스타트업·벤처 투자 시장 키워드는 '선택과 집중'이다. 인공지능(AI)·로보틱스·반도체 등 하드웨어 기반 딥테크 기업에 대규모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1~4월 누적 투자금은 3조 3069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 6910억 원) 대비 약 96% 급증했지만, 같은 기간 투자 건수는 380건에서 328건으로 14% 줄었다.
지난달에는 100억 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24개 기업이 전체 자금의 88%를 가져갔다. 검증된 기술과 창업자를 기반으로 유니콘이 될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자금이 몰리는 양상이 뚜렷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설립 3년 이하 극초기 기업 투자액은 약 10% 안팎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택과 집중이 AC 전통 투자영역의 파이를 잠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AC 업계가 직면한 문제는 투자 침체만이 아니다. 실제 수익이 본격화하는 시리즈B 이후 중·후속 라운드에는 규제 탓에 발을 들이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더 큰 부담이다. 현행법상 AC 펀드는 결성액의 40% 이상을 설립 3년 이내 기업에 의무 투자해야 해 한 번 키운 포트폴리오가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하면 같은 펀드에서 후속 투자가 사실상 막힌다.
AC 입장에서는 지분 희석을 감수하고 성장 기업을 VC에 넘겨야 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회수(엑시트) 국면에서 가져갈 수 있는 몫은 줄고 재투자 여력도 얇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씨앗은 AC가 뿌리고 열매는 VC가 가져간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배경이다.
위벤처스를 비롯한 주요 AC들은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고자 VC 라이선스를 확보하거나 VC와 합작조합을 결성하는 등 사업 모델 전환에 나서고 있다.
AC와 VC를 둘러싼 이중 규제가 일부 완화되면서 동일 법인이 시드부터 성장 단계까지 하나의 브랜드로 투자와 보육을 이어가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PE 운용사와의 제휴도 같은 맥락이다. 중·후기 단계에 강점을 지닌 PE와 손을 잡고 초기~성장기 전 구간에서 공동 투자·공동 운용을 하는 형태가 확산하고 있다. 초기에는 AC가 시드 투자를, 이후 라운드부터는 PE가 상환전환우선주(RCPS)·프리IPO 투자를 이어받는 구조가 대표적이다.
AC 입장에서는 후속 투자 제한을 우회해 발굴해 키운 기업의 성장 구간에 간접적으로 동승할 수 있다. PE 역시 검증된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딜 소싱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책 환경 변화도 이런 흐름을 가속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벤처투자는 모태펀드와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 등을 통해 딥테크·글로벌·지역 중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AC 전용 트랙과 VC·AC 공동 운용 루키리그 등을 도입·확대했다.
다만 AC의 본업인 '씨앗 뿌리기' 약화 우려는 계속 커지고 있다. VC화와 대형 펀드 운용에 무게를 실을수록 극초기 단계의 소액 투자와 보육·인큐베이팅·멘토링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딥테크·피지컬 AI 중심의 자본 쏠림, 스타 창업자 선호, 모태펀드의 딥테크 편중 전략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선택받지 못한 스타트업들의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며 "AC와 VC, PE 구분이 희미해지는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ideaed@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