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오르는데 납품 단가는 요지부동"…中企 납품대금연동제 '절실'

중소 제조사들 "원자재 가격 인상분 부담 고스란히 떠 안아"
중기부, 납품대금연동제 현장 점검 강화…직권 조사도 검토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가 급등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한 석유화학 업계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3.19 ⓒ 뉴스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중동 상황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원재료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당국이 납품대금연동제 준수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불공정 행위가 포착될 경우 직권조사를 포함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23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당국은 석유화학 업종을 포함해 원자재 가격 변동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납품대금연동제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연동약정 체결 및 준수 여부와 대금 정산 주기를 조사할 계획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업계 애로가 많이 제기되는 업종을 전반적으로 살피고 불공정거래 행위 징후가 확인되면 직권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특정 업종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중동 상황 이후 물류 차질과 유가 급등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원재료 가격 부담이 커졌는데도 납품대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중소기업계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중동 상황 이후 플라스틱 중소 제조사의 92.1%는 원재료 공급사로부터 원료 가격 인상 통보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채정묵 조합연합회장은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 국회 간담회에서 "(원재료 공급사로부터) 톤당 20만 원의 가격 인상과 공급물량 조정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채 회장은 정작 납품 대금에는 이 인상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 조달 가격, 판매가격에 즉시 연동되도록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플라스틱 업계는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이다. 중소기업의 생존권 문제"라고 말했다.

시행 3년차 납품대금연동제…체결률 '저조'
한 석유화학단지 전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최동현 기자

중소기업계는 납품대금연동제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연동제는 수탁기업이 위탁기업에 납품하는 물품의 원재료 가격이 10% 이상 변동하면 그만큼 납품대금을 조정해 중소기업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위탁기업은 연동제 체결을 위해 성실하게 협의할 의무가 있고 이를 약정서에 명시해야 한다. 미연동약정을 강요하는 등의 탈법 행위는 금지되며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시행 3년 차를 맞았지만 위탁기업으로부터의 거래 중단 등 불이익을 우려해 연동약정에 소극적인 수탁기업도 적지 않고, 위탁기업이 의도적으로 약정서를 갱신하지 않거나 이른바 '쪼개기 계약'을 유도하는 등의 관행도 남아 있다.

중기부 '2025년 납품대금 연동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동제 적용 의무 거래가 있는 수탁기업의 연동약정 체결률은 56.1%로 집계됐다.

여당은 관계 당국에 철저한 점검을 당부했다. 민병덕 을지로위원장은 19일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중소기업이 원재료를 들여와 만든 물건을 납품할 때 납품대금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실태 점검 차원에서 이뤄지는 이번 조사는 우선 연동제 근거법령인 상생협력법 위반 여부를 중심으로 서면조사를 진행한 뒤 혐의가 포착될 경우 현장조사를 추가로 실시해 거래내역이나 약정서 등을 확보하는 순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기부는 연동제 안착을 위해 불공정거래 취약업종 등의 모니터링 결과를 연간 조사계획에 반영하고 직권조사를 연 2회 이상 확대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첫 직권조사에서는 3개 사에 행정처분을 내렸다.

다만 석유화학업종이나 특정 기업에 대한 직권조사는 현장 점검 이후에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기부는 앞서 설명자료에서 "특정 업종(석유화학 등)을 대상으로 납품대금연동제 관련 불공정거래 실태조사나 직권조사 여부를 확정한 바 없다"고 했다.

zionwk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