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가성비' 대신 '억 소리 아이유 침대' 잘 팔리는 이유

생활가구→지위제 인식 변화…'제니·아이유침대' 유명세 양극화
한쪽선 최저가 출혈…스펙·가격 경쟁보단 '감성적 서사' 주효

해스텐스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국내외 침대 시장 트렌드가 '생활 가구'에서 '지위제'(베블런 효과) 성격을 띠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수면의 질이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나만의 침대'에 수백·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를 지불한다.

최대 12억 원을 호가하는 스웨덴 브랜드 해스텐스 경우 2024년 한국에서도 '아이유 침대' '제니침대' '김연경 침대' 등으로 유명해지며 양극화 흐름에 불을 붙였다.

하이엔드 브랜드뿐 아니라 프리미엄 이미지를 지킨 브랜드와 온라인 직판(D2C) 브랜드는 가격을 계속 올리며 성장세를 잇고 있다. 지위제로 통하면 더 비쌀수록, 가격을 계속 올릴수록 잘 팔린다.

반면 침대 프레임과 매트리스는 쿠팡·오늘의집 등에서 최저가 검색 품목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이후 침대·매트리스 시장이 급성장하자 대기업 브랜드도 시몬스·에이스가 양분하던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정된 시장에 많은 기업이 진입하면서 지금은 가격 경쟁과 소비 위축으로 마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중간층 브랜드가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종합인테리어와 중저가·가성비를 앞세운 브랜드일수록 수익성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하이엔드 시장에서 승부를 가르는 건 '스펙'이 아닌 '서사'다. 표면적으론 말총·알파카 털·비쿠냐·캐시미어 등 천연 소재와 통기성·복원력 등의 기능성을 강조하지만, 고가에 팔리는 핵심은 웃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장인의 손길' 등 상징 자본 때문이다.

이들은 장인이 한 땀씩 손으로 마감한 핸드 스티치는 예술품과 같다는 서사를 판다. 반 고흐의 작품, '초고가 캐비어' '초고가 위스키·와인' 등과 유사한 맥락이다.

물론 상징 자본을 담은 하이엔드 브랜드를 새롭게 구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초고가 브랜드가 되려면 △장인의 마감 △최고가 천연 소재 △예술(왕실) 협업 등이 필요하지만 한국 브랜드는 스토리텔링부터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도 스펙·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질 AI 시대에 살아남는 쪽은 '갖고 싶게 만드는 감성의 서사'를 만든 브랜드가 될 것이다.

서울 강남구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모델들이 해스텐스의 비비더스 모델을 체험하고 있다.(갤러리아백화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18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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