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심사 기간 '뚝'…벤처캐피탈업계, 'AI 심사역' 바람

AI 심사역 도입했더니 '투심보고서' 작성 시간 80% 감소
인간 심사역 보완재 역할 톡톡…투자 검토 부담 덜어

ⓒ News1 DB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수개월씩 걸리던 스타트업 투자 심사 기간이 'AI 심사역' 도입으로 대폭 단축되면서 업계 새로운 채용 트렌드로 자리잡을 지 주목된다. 인간의 주관적인 판단을 데이터로 보완하는 AI 심사역이 보편화되면서 투자 업무 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AI 심사역을 도입하는 액셀러레이터 및 벤처캐피탈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심사역의 대중화로 '심사역 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더벤처스는 AI 심사역 '비키'를 도입해 1~3개월 걸리던 투자 확정 기간을 최대 1주일로 줄였다. 이를 자금 조달이 급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더 빨리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비키는 투자 유치를 원하는 스타트업의 기술 분석 및 논리적 모순을 발견하는 역할을 한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해 투자할 만한 회사인지 결정을 내리면 인간 심사역이 최종 투자 판단을 내리는 방식이다.

더벤처스가 쌓아 온 데이터를 학습해 만들어진 비키는 인간 심사역과의 '투자 판단 일치율'이 87.5%를 기록했다. 인간과 거의 비슷한 투자 판단을 하는 셈이다.

인간 심사역이 작성했던 '투자 심사 보고서' 업무 시간은 비키 도입 이후 최대 80%까지 줄었다. 더벤처스는 비키를 활용한 투자 확정 기간을 향후 '3일'로 단축하겠다는 목표다.

액셀러레이터 엠와이소셜컴퍼니(MYSC)도 지난해 12월 AI 심사역 '메리'를 자체 개발하고 심사 작업에 투입했다. 투자를 요청한 스타트업의 재무 현황, 비즈니스 모델, 경쟁사 구조 등을 분석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도출한다는 게 특징이다.

이 밖에도 빅뱅엔젤스, 와이앤아처, SBVA 등이 투자 심사 과정에 AI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벤처스 투자 프로세스(더벤처스 제공)
AI 심사역 도입 확대…저연차 심사역 일자리 변화 가능성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비키와 같은 'AI 심사역' 도입 사례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무엇보다 투자 심사에 걸리는 시간을 줄인다는 점이 가장 강점으로 꼽힌다. 더벤처스에 따르면 365일 실시간 검사를 통해 발 빠른 스타트업 투자가 이뤄진 사례도 있다.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탈은 12월에 업무를 마감하는데, 지난해 크리스마스 기간 식물성 바이오 딥테크 스타트업 '두리컴퍼니'의 투자 심사 요청을 비키가 수행해 투자까지 마쳤다.

이처럼 투자 심사 부담이 줄어들면 인간 심사역은 창업자와의 미팅을 더욱 긴밀히 진행하거나, 추가 투자 기회를 창출할 수 있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고 있다.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주니어' 심사역의 채용 규모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현재 AI 심사역이 맡는 분석 업무는 저연차 심사역이 하는 경우가 많은데, 투자사 입장에서 AI 심사역이 확대되면 저연차 심사역 채용에 나설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 A 씨는 "과거처럼 사람을 더 뽑아서 투자 검토 수를 늘리는 방식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며 "리서치나 정보 수집 등 사람이 일일이 하던 수작업 영역에서 AI 비중이 확실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저연차 심사역의 역할이 아직 남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호재 와이앤아처 대표는 "저연차 심사역의 눈으로만 볼 수 있는 투자 아이템도 있다"며 "전체적으로 심사역 수가 줄어들긴 하겠지만 주니어만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