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북적였던 CES 일본 스타트업관…거기엔 의자가 없었다
- 이정후 기자

(라스베이거스=뉴스1) 이정후 기자 = 'CES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도 중요한 이벤트다. 수많은 기업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교류 기회가 많아서다. CES 2026 공식 개막 전날 밤에 열린 'K-스타트업 나이트'에서 현지 전문가들은 참가 스타트업들에게 "기술력을 홍보하지 말고 영업에 집중하라"고 당부했다.
솔직하게 당시엔 '기술력이 좋으면 영업 성과는 뒤따라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컸다. 하지만 국내 스타트업이 모인 'K-스타트업 통합관' 바로 옆의 '일본 스타트업관'을 보면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생생하게 다가왔다.
일본 스타트업관을 보고 의아했던 건 참가 기업의 직원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없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부스 뒷면에 직원들이 짐을 두는 공간에도 휴식을 위한 의자는 없었다.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오후 6시에 문을 닫는 전시회 특성상 최대 9시간을 꼼짝없이 서 있어야 하는 셈이다.
의자가 없으니 일본 스타트업 직원들은 지나가는 사람 붙잡기에 바빴다. 부스 앞에서 잠깐 멈칫하는 참관객을 발견하면 곧바로 다가가 "Hello" 인사를 건넸다. 자연스럽게 제품을 소개하는 기회로 이어졌다.
기자가 일본관을 취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제품을 전시하고 있는지 보려고 잠깐 걸음을 멈췄을 뿐인데 스타트업의 C레벨 임원이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살갑게 다가오자 마음의 문이 열렸다. 그렇게 아비타(AVITA)라는 기업에 대해서 알게 됐고, 그 기업이 우리나라 중소벤처기업부의 인바운드 창업 프로그램 'K-스카우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것도 알게 됐다.
한국 음식 중 감자탕을 좋아한다는 그는 이달 말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다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한국에 오면 감자탕을 대접하겠다고 말하며 명함을 교환했다. '이게 영업이구나' 싶었다.
일본관 바로 옆에 있는 'K-스타트업 통합관'에도 외국인들은 많았다. 하지만 부스에 적힌 기업 설명만 읽고 지나가는 외국인도 적지 않았다. 물론, 그중에는 비즈니스 성과를 올린 스타트업도 있었겠지만 일본관과의 분위기가 달랐다.
한국 스타트업관에는 참가 기업 직원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모든 부스마다 있었다. 9시간이나 부스를 지키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의자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 자체가 비판할 지점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한국 스타트업의 직원들은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또 다른 이들은 팀원끼리 앉아서 담소를 나눴다.
참관객에게 시선을 두지 않으니 부스를 천천히 살펴보며 지나가는 참관객들은 가던 길을 재촉했다. 많은 비용을 지불하며 먼 미국땅까지 온 목적인 '기회'들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K-스타트업 나이트'에서 전문가들이 강조했던 '영업의 중요성'이 떠올랐다. '기술력이 아무리 좋아도 먼저 말을 건네지 않으면 사람들은 알 수 없다'는 그 속뜻을 내년 CES에 참가하는 스타트업들은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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