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제도 사각지대 '중소·중견'…소각 의무화 법안 코앞에

[2026 터닝포인트] 3차 상법 개정안 처리 전망

2025년 국내 증시 폐장일인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5.12.3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이른바 '3차 상법 개정안'을 늦어도 1월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자사주를 경영에 활용해 오던 중소·중견기업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여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한국 주식 시장의 저평가를 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에는 불투명한 지배구조, 낮은 주주환원 등이 꼽힌다. 그리고 자사주는 이 두 가지 문제와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다.

자사주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기 회사 주식을 말한다. 의결권과 배당권이 없어 사실상 ‘죽은 주식’으로 평가받는다.

문제는 회사가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최대 주주의 경영권 강화에 쓰거나 주식 시장에 다시 매도할 때 발생한다. 둘 다 주주보다는 회사의 이익을 우선한 선택이다.

정부와 여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을 추진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자사주를 많이 보유한 기업들이 뚜렷한 소각 계획을 밝히지 않으면서 주주 가치, 더 나아가 한국 주식 시장의 경쟁력이 훼손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자사주 보유율 상위 기업 상당 수가 중소·중견

지난해 9월 기준 뉴스1이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국내 코스피·코스닥 상장회사 중 자사주 보유율 상위 100개 기업 목록을 확보한 결과 84개 기업이 중소·중견기업으로 나타났다.

84개 중소·중견기업 중에서도 상위 10곳의 자사주 활용 행태를 분석한 결과 단 한 번의 소각을 시행하지 않은 기업, 보유 자사주를 시장에 대량 매도하는 기업 등 주주의 이익을 등한시한 기업들의 경영 방식이 드러났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발의 이후 상장회사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교환사채 발행 사례도 찾아볼 수 있었다.

주주환원 목적으로 자사주 소각을 최근 2년 이내에 진행한 곳은 2개에 불과했다. 이 중 한 곳은 소각 규모와 비슷한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추가로 진행해 오히려 자사주 보유율이 증가했다.

기업 "자사주 소각 의무화하면 취득 안 할 것"

이처럼 자사주가 회사의 이익에 활용되고 있지만 국내 상장회사들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꾸준히 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자사주를 10% 이상 보유한 104개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관련 기업의견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기업의 62.5%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반대했다. ‘중립적 입장’은 22.8%,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14.7%에 그쳤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의 반대 이유로는 △사업 재편 등 다양한 경영 전략에 따른 자사주 활용 불가(29.8%) △경영권 방어 약화(27.4%) △자사주 취득 요인 감소해 주가 부양 악영향(15.9%) △외국 입법례에 비해 경영 환경 불리(12%) 등이 꼽혔다.

특히 상장회사들은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할 경우 자사주 취득 자체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설문조사 결과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취득 계획이 없다’라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이 60.6%에 달해 ‘취득 계획 있다’(14.4%), ‘취득 검토 중’(25%) 등의 응답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자사주 소각은 글로벌 스탠더드

이처럼 상장회사들의 자사주 소각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기업지배구조 및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쌈짓돈’처럼 활용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은 기업이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기업에 실질적인 이익이 없거나 소각을 유도하는 규제가 마련돼 있다.

이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포함해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외면하는 활용 행태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자사주는 회사의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사고파는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존 주주의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이라며 “기업의 모든 판단은 주주의 입장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위 내용은 뉴욕타임스(NYT)가 발간하는 새해 전망서 '터닝 포인트 어젠다 2026(이하 '터닝 포인트')'에 수록된 기사다. 다채로운 콘텐츠로 격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는 혜안을 제공하는 '터닝 포인트'는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