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형처럼 창업자가 의지하는 존재, 액셀러레이터 역할이죠"
[퍼스트클럽]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
창업 실패 후 멘토 필요성 느껴…"최선을 다해 도와주자"
-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창업자가 씨엔티테크를 찾아오면 최선을 다해 도와주려 합니다. 최대한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게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초기 투자를 받고 싶으면 씨엔티테크를 찾아가라'는 말이 창업계에서는 흔히 쓰인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로서 회사가 가진 철학으로 '엄정한 평가보다는 후한 지원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장 기회를 지원하는 것 역시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이라는 이야기다.
이처럼 창업자의 도전을 먼저 생각하는 씨엔티테크의 경영 철학은 액셀러레이터 누적 투자 건수 1위라는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씨엔티테크 대표로서, 또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으로서 초기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힘쓰고 있는 전화성 대표를 뉴스1이 만났다.
씨엔티테크는 △푸드테크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딥테크·제조·소재·부품·장비 △헬스케어 △공간·관광·문화예술 등 16개 산업 분야에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산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투자하는 씨엔티테크의 투자 전략 배경에는 과거 창업 후 어려움을 겪었던 전 대표의 개인적인 경험이 자리 잡고 있다.
전 대표는 카이스트 전산학과 석사 재학 중이던 2000년, 음성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벤처기업 SL2를 설립했다. 하지만 창업 후 투자를 받는 과정, 투자 이후 경영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마주했다.
설상가상으로 입대 문제가 겹치면서 전 대표는 주주들에게 경영권을 헐값에 넘겼고 회사는 이후 사라지고 말았다.
전 대표는 "경험 없이 투자를 받으면서 고생을 되게 많이 했다"며 "옆집 형처럼 조언해 주는 역할이 필요했는데 그게 액셀러레이터였다"고 말했다.
이어 "씨엔티테크는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액셀러레이터라는 개념을 처음 접한 2012년에 '후배 창업자들을 도와주자'는 마음으로 (액셀러레이터에) 뛰어들었다"고 덧붙였다.
창업자를 최대한 도와주자는 경영 철학으로 씨엔티테크는 액셀러레이터 업계 누적 투자 건수 1위에 올라와 있다.
씨엔티테크에 따르면 현재 누적 투자 기업 수는 482곳으로 후속 투자 건까지 포함하면 누적 투자 건수는 611건이다. 누적 투자 금액은 807억 원, 총 운용자산(AUM)은 1324억 원 규모다.
전 대표는 "하루 종일 서서 수술하는 의사들을 위해 의사가 창업한 신발 제조 회사가 있다. 매출액이 아주 작았을 때 투자했고 최근에 회수했다"며 "이처럼 다양한 회사에 투자하는 게 씨엔티테크"라고 덧붙였다.
씨엔티테크는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 제도를 가장 잘 활용하는 액셀러레이터 중 하나다. 특히 씨엔티테크만의 보육 프로그램을 팁스와 연계해 효율성을 높였다.
전 대표는 "기업당 2억~3억 원씩 투자하고 여기에 팁스를 매칭해 10억 원 정도의 자금을 스타트업에 지원한다"며 "팁스 자금이 매칭될 때 회사는 몰입해서 보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팁스 제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투자사 중 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씨엔티테크는 79개 스타트업의 팁스 선정을 이끌며 연간 최다 선정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올해는 46개 스타트업의 팁스 선정을 이끌었다. 올해 최종 선정 건수는 이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팁스와 연계해 운영하는 배치형(기수제) 프로그램 역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가 발간한 산업백서에 따르면 씨엔티테크는 올해 상반기 기준 91개의 배치 프로그램을 운영해 해당 부문 1위에 올랐다.
전 대표는 "씨엔티테크 역시 기업 간 거래(B2B)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다 보니 오픈이노베이션에 강점이 있다. 대기업 영업 전략이나 비즈니스 구조 설계에서 네트워크가 많다"고 강조했다.
씨엔티테크는 창업자들이 가장 먼저 문을 두드리는 액셀러레이터로 창업 생태계의 맨 앞에 서 있다. 이 때문에 전 대표는 창업 생태계의 변화 속도를 가장 먼저 체감한다.
최근 그가 느끼는 국내 창업 시장의 흐름은 '경험 기반 창업'이다. 과거에는 젊은 창업가들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창업에 도전했다면 요즘엔 기술을 보유한 50대 창업이 늘고 있다.
전 대표는 "퇴직자는 많아지고 취업 문은 좁아지고 있다. 경험 기반 창업이 더욱 보편화돼야 한다"며 "문제를 정확하게 찾고 소규모 조직으로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기업들이 나오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편 씨엔티테크는 내년 상반기에 코스닥 시장 상장을 다시 한번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액셀러레이터 사업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자진 철회를 선택한 전 대표는 내년 4월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씨엔티테크가 상장에 성공할 경우 이는 액셀러레이터 업계 1호 상장 사례가 될 전망이다. 전 대표는 이를 통해 액셀러레이터 산업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2020년부터 사업 모델을 액셀러레이터 집중 모델로 바꿨다. 흑자도 꾸준히 내고 있다"며 "액셀러레이터의 성공 모델을 상장을 통해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정리=이정후 기자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장 약력
△동국대 컴퓨터공학과 학사
△KAIST 전산학 석사
△서강대학교 경영학 박사
△SL2 대표이사(2000~2003년)
△씨엔티테크 대표이사(2003년~현재)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4대 회장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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