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육성 골든타임인데"…모태펀드 삭감 주장에 벤처 '당혹'

국회 예산소위에서 모태펀드 예산 삭감 논의 나와
벤처 업계 "신산업 육성 위해 모태펀드 기능 강화해야"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2차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한병도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5.11.1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돌입한 가운데 모태펀드 예산 감액 논의가 나오면서 벤처 업계가 당혹감을 나타냈다. AI를 중심으로 한 신산업 육성을 위해 모태펀드의 역할이 큰 상황인데 오히려 예산 삭감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모태펀드 예산 확대는 '제3벤처붐' 실현을 위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벤처·스타트업 업계의 환영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내년 예산안을 두고 여야가 다른 의견을 내면서 벤처 업계가 긴장한 모습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지난 17일 내년도 예산안 세부 심사에 돌입했다. 총 728조 원 규모의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을 두고 여야가 힘겨루기에 돌입했는데 모태펀드 예산을 두고 마찰음이 발생했다.

업계에 따르면 예산 증액을 반대하는 야당 측은 기존 모태펀드 예산으로 조성된 자펀드의 미투자 잔액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예산 확대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모태펀드는 정부 예산으로 펀드를 만들어 이를 민간 자금과 매칭해 자펀드를 만드는 사업이다. 민간 자금의 벤처투자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국내 벤처투자 생태계의 핵심으로 꼽혀 왔다. 올해 정부는 모태펀드 예산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1조 1000억 원의 예산안을 설정했다.

모태펀드 예산 삭감 논의가 전해지자 벤처캐피탈 업계와 벤처기업 업계는 우려와 함께 반발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AI를 비롯한 국가 전략 신산업의 성장을 가속하기 위해서는 모태펀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초기·성장 단계의 딥테크 스타트업에는 대규모·장기 자본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예산 삭감 주장의 배경으로 지목된 미투자 잔액은 최적의 투자를 위한 자금이라며 모태펀드 확대로 투자 심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벤처캐피탈의 투자 대기 자금은 단순한 현금 보유가 아니라 시장 변동에 대응해 최적의 투자 전략을 펼치기 위한 완충재"라며 "금리·환율 등 국제 금융시장 변동이 큰 지금, 모태펀드가 투자 심리를 지지하는 안전판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벤처기업협회 역시 "AI·딥테크 등의 기술 분야에서 민·관 협력을 통해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시점"이라고 우려했다.

기술창업이 감소해 국가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는 지금 모태펀드 예산마저 삭감되면 첨단전략산업을 이끌 벤처기업 육성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모태펀드를 늘려도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삭감을 논의하는 것은 글로벌 AI 기조와 맞지 않는다"며 "모태펀드 예산을 예상할 수 없도록 변수를 만드는 것은 민간 출자자의 참여를 위축시켜 업계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