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상의 불편을 풀다"…'앳홈스럽다'의 디자인 철학
나세훈 앳홈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인터뷰
"앳홈스럽다 인식될 때 보람…문제 해결형 디자인 추구"
- 이민주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정성 들여 가구를 배치하고 커튼과 카펫의 톤을 맞춰 '내 스타일'대로 꾸며놓은 집 안. 소품 하나를 둘 때도 심사숙고하게 된다. 하물며 집 안 분위기를 크게 좌우하는 가전을 고를 때는 어떨까.
디자인은 최근 소비자들에게 기능만큼이나 중요한 요소가 됐다. 성능은 기본이 된 요즘에는 '집 분위기와 얼마나 어울리는지', '집 분위기를 어떻게 바꿔줄 수 있는지'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좌우한다.
이 변화 속에서 디자인을 무기로 가전과 뷰티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회사가 있다. 2021년 '미닉스'라는 미니건조기를 출시하며 소비자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앳홈'이다.
1~2인 가구를 겨냥해 소형 가전을 선보였던 앳홈은 어느새 다수의 가전과 뷰티 브랜드까지 거느린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 2년 동안 국내외에서 29회의 디자인상을 받았으나,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예쁜 가전'이 아니다.
전체 직원의 3분의 1이 디자이너인 앳홈에서 디자인 전략을 총괄하는 나세훈 앳홈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이사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제품을 물건이 아니라 사용자의 불편을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은 외형을 꾸며내는 단계를 넘어 기업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언어"라며 "앳홈의 디자인은 '문제 해결형 디자인'에 중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 이사는 "왜 이 제품이 존재해야 하는가,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느냐는 질문에서 출발한다"며 "기능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형태와 이미지로 (디자인을) 표현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앳홈 신제품인 김치냉장고부터 히트 상품인 음식물처리기까지 다양한 가전과 뷰티 디바이스의 디자인을 맡고 있지만, 이전에는 콘텐츠 업계에서 'IP(지식재산) 서비스 경험'을 설계했다. 카카오페이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크리에티브 디렉터를 지냈다.
앳홈에 합류해서는 브랜드의 제품 및 패키지 디자인, 로고, 공식 홈페이지 등을 총괄 개편하는 리브랜딩을 주도했다.
나 이사는 "앳홈에서는 '손에 잡히는 제화의 경험'을 디자인하고 있다"며 "시간의 틀로 안에 붙들어 두고 경쟁하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달리 물성이 있는 제품은 손끝에서 느껴지는 촉감이나 공간 등을 통해 사용자가 느끼는 감정의 흐름까지 모두 다룬다"고 했다.
요즘 그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디테일'이다.
나 이사는 "브랜드 디자인은 강가에서 자갈을 하나씩 쌓아 탑을 만드는 일과 비슷하다"면서 "제품, 광고, 웹사이트, 패키지 등 개별 요소를 브랜드의 결에 맞춰 정렬하고 균형 있게 쌓아 올리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앳홈을 정밀도를 가진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디자인 기준을 계속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바뀐 환경에 맞게 리더십도 달라졌고 조직문화에서도 변화를 일으켰다.
나 이사는 "과거 '결정하는 리더'였다면 지금은 '팀이 경험을 확장하는 리더'로 바뀌었다. 방향을 제시하고 팀이 스스로 해석할 수 있게 돕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느낀 결과"라고 말했다.
앳홈은 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판매, 배송, 설치, AS까지 모든 접점에서 브랜드 경험이 일관되게 이어지도록 고객 경험 중심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성과도 뒤따랐다. 앳홈은 최근 2년간 국내외에서 29회 디자인상을 받았다. 단순 계산으로는 매달 1~2회 상을 받은 셈이다. 이달 12일에는 '2025 대한민국디자인대상'에서 디자인 경영 부문 국무총리 표창도 받았다.
나 이사는 "디자인을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혁신적인 제품을 지속해서 선보인 결과"라면서 "인재 육성과 지속적인 디자인 투자를 병행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번 성과는 앳홈이 꾸준히 이어온 디자인 투자와 양정호 앳홈 대표의 디자인적 철학과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지금의 앳홈은 디자인, 비즈니스, 브랜드의 균형을 놓고 치열하게 논의하고 고민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외부에서 '앳홈스럽다'는 말을 들을 때면 가장 보람을 느낀다.
나 이사는 "외부에서도 '앳홈스럽다'는 감각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디자인이 더 이상 특정 부서의 업무가 아니라 조직 전반의 사고방식이 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앞으로도 방향성도 명확하다. 일상의 불편을 해결하는 디자인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따라 하는 디자인'이 아니라 '문제 해결 방식'에서 출발한 '앳홈다움'을 구축하는 것이다. 기존 라인업에는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라인업 확장을 추진한다.
나 이사는 "설립 초기부터 앳홈은 '기능과 감성을 아우르는 문제 해결형 디자인'을 추구해 왔다"며 "김치냉장고 신제품도 '일상적 불편'을 중심에 두고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사용자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제품 경험을 디자인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고객의 불편을 발표하는 일"이라며 "그 사소한 차이를 경험으로 설계해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앳홈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나 이사는 "앞으로도 고객의 니즈에 맞춰 제품 확장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뷰티 브랜드 톰 역시 글로벌 사용자 경험에 맞춘 디자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18년 설립된 앳홈은 가전 브랜드 '미닉스', 화장품 '톰', 단백질 식품 '프로티원제조·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000억 원이다.
◇ 나세훈 앳홈 CDO 약력
△안그라픽스 디자이너
△네이버 책임디자이너
△라인 브랜드디자인 팀장
△딩고 디자인총괄 이사
△블랭크 코퍼레이션 브랜드 디렉터
△카카오페이지 디자인 총괄 부사장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디자인그룹장 이사
△현 앳홈 CDO 이사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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